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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유럽서 링크앤코 독점 수입 추진…지리차 브랜드 전략 재편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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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유럽서 링크앤코 독점 수입 추진…지리차 브랜드 전략 재편 신호

지리오토와 양해각서 체결, 상업·브랜드 운영도 맡을 예정
지분은 정리했지만 협업은 확대…유럽 시장 역할 분담 주목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3-31 10:02

볼보 전시장 앞에 XC90이 세워져 있다. 링크앤코 전시장 앞에 01 모델이 세워져 있다. 사진=AI 생성(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실제 차량과 다를 수 있음) 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전시장 앞에 XC90이 세워져 있다. 링크앤코 전시장 앞에 01 모델이 세워져 있다. 사진=AI 생성(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실제 차량과 다를 수 있음)
볼보자동차가 유럽에서 링크앤코 차량의 독점 수입사 역할을 맡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리자동차그룹의 유럽 전략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같은 그룹 안에서 기술과 생산을 공유하던 수준을 넘어, 판매와 서비스, 브랜드 운영까지 협업 범위가 넓어지는 흐름이어서다. 이는 단순한 유통 협업을 넘어 지리차그룹이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 역할을 다시 조정하는 신호로 읽힌다.

볼보자동차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지리오토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유럽에서 링크앤코 차량의 독점 수입사 역할을 맡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경우 볼보는 링크앤코의 유럽 내 상업 및 브랜드 운영을 담당하고, 자사 리테일러 네트워크와 판매·서비스 시스템을 활용해 링크앤코의 시장 확대를 지원하게 된다. 볼보 측은 이를 통해 자사 리테일 파트너의 판매와 서비스 사업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가 주목되는 이유는 볼보와 링크앤코의 관계가 최근 들어 더 실용적인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볼보는 2024년 11월 링크앤코 지분 30%를 지커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고, 2025년 2월 해당 거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지분 관계는 정리했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오히려 링크앤코와의 사업 협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이 흐름은 지리차그룹이 유럽에서 각 브랜드의 역할을 보다 선명하게 나누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볼보는 안전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전통 브랜드다. 반면 링크앤코는 개성 강한 디자인과 연결성,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앞세워 성장해왔다. 볼보 역시 이번 발표에서 두 브랜드가 서로 다른 고객층과 세그먼트에 어필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유통망을 활용하더라도 같은 소비자를 두고 경쟁하기보다, 각기 다른 수요를 흡수해 전체 시장 폭을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링크앤코의 최근 행보도 이런 방향과 맞물린다. 링크앤코는 지난해 말 기준 유럽에 125개 이상의 리테일 포인트와 350개 이상의 서비스 거점을 확보했다고 밝혔고, 2026년부터는 리테일 네트워크를 사업의 중심축으로 삼는 대신 기존 구독 모델은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초기의 실험적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전통적인 리테일 구조로 무게를 옮기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볼보의 판매 및 서비스 체계는 가장 현실적인 발판이 될 수 있다.

한국 시장의 시각으로 보면 이 구도는 더 흥미롭다. 현대차그룹 안에서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역할을 나누는 구조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비교적 분명한 위계를 가진 구조라면, 볼보와 링크앤코는 전통 프리미엄 브랜드와 신흥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병존하는 형태에 가깝다. 여기에 지커까지 별도의 프리미엄 전기차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리차그룹은 서로 다른 말투를 쓰는 브랜드를 여러 개 두고 시장별로 조합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공식 발표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다.

유럽 시장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링크앤코는 애초부터 유럽을 핵심 해외 시장으로 삼아 왔고, 볼보 역시 유럽에서 강한 브랜드 기반과 리테일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볼보는 이번 협업이 자사 리테일 파트너의 판매와 서비스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결국 하나의 상업 시스템 안에서 두 브랜드를 함께 운영해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움직임은 지리차그룹이 유럽에서 브랜드를 따로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캐릭터를 유지한 채 하나의 판매·서비스 체계 안으로 묶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볼보는 프리미엄의 중심을 맡고, 링크앤코는 보다 젊고 유연한 소비층을 끌어오며, 그룹 차원에서는 유럽 시장의 접점을 넓히는 구조다. 자동차 산업이 이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공유를 넘어 판매망과 서비스, 브랜드 운영까지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이번 사안은 아직 양해각서 단계라는 점에서 최종 실행 방식과 세부 판매 구조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링크앤코가 볼보의 리테일러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도 독자적인 개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역시 관건이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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