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저렴하고 실용적인 소형차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미국인 대다수가 감당하기 힘든 고가의 크로스오버와 SUV들이다. 대중교통이 열악한 미국에서 자동차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다. 직장에 가고, 학교에 등교하며, 식료품을 사러 가기 위해 차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서민들에게 사치가 돼버렸다.
현재 미국의 신차 평균 가격은 약 5만 달러(한화 약 7000만 원)에 육박하며, 평균 월 할부금은 750달러(약 105만 원)에 달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식 경차인 '케이카(Kei car)'를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미국인들을 구제할 대안으로 점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케이카를 두고 “정말 귀엽다”고 언급하며, 션 더피 교통부 장관에게 이 차량들의 생산을 즉시 승인하라고 지시했다. 더피 장관 역시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에서 경차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본질을 잘못 짚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구상은 제조사들에게 미국 현지 생산을 강요하는 방식인데, 이는 경차의 가장 큰 미덕인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현지 공장 설립 대신, 차라리 아시아에서 생산된 신형 경차를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경차가 미국 도로에서 안전하지 않다거나 미국 제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미국 도로에는 저속 트랙터나 아미시(Amish) 교도의 마차, 그리고 자전거나 골프 카트처럼 충돌 시 일반 자동차에 비해 훨씬 취약한 이동 수단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연방 자동차 안전 표준(FMVSS)은 저속 차량(LSV)에 대해 시속 25마일(약 40km) 제한 조건으로 일부 예외를 두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다면 현지 생산을 압박할 게 아니라, 경차를 새로운 차량 범주로 묶어 수입과 등록을 용이하게 하는 법 개정에 집중해야 한다.
게다가 자동차 제조사들이 불확실한 수요를 보고 미국에 경차 생산 라인을 구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미국에서는 25년 이상 된 중고 경차만 수입이 가능한데, 이조차 항구가 가득 찰 정도로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다. 닛산 버사 같은 소형차보다도 편의 사양이 부족하고 출력이 낮은 경차를 위해 기업들이 수조 원을 투자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연방 안전 기준을 맞추기 위한 설계 변경 비용까지 더해진다면, 최종 판매 가격은 서민들이 기대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수십 년간 유지해온 '치킨세(Chicken Tax, 수입 경트럭에 부과하는 25%의 고율 관세)'도 큰 걸림돌이다. 이 관세가 폐지되지 않는 한 저렴한 경형 트럭이 미국 시장에 안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6만 5천 달러짜리 포드 익스플로러 대신 아시아의 값싼 소형차로 눈을 돌리는 것은 매력적인 대안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방식으로는 그 경제적 이점을 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