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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대 자동차 부품 업체 '퍼스트 브랜드' 끝내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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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대 자동차 부품 업체 '퍼스트 브랜드' 끝내 파산

부채 100억 달러 충격.. 포드·GM·스텔란티스 등에 와이퍼·필터 등 공급망 위협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10-01 08:06

출처=퍼스트 브랜드(First Brands)이미지 확대보기
출처=퍼스트 브랜드(First Brands)
미국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거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퍼스트 브랜드(First Brands)가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외신이 보도했다.

이 회사가 공개한 부채 규모는 100억 달러(약 14조 원)가 넘는다. 이는 최근 몇 주간 채권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치다. 금융 악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퍼스트 브랜드는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유지보수 시장에서는 거물이다. 그들은 다양한 애프터마켓(Aftermarket, 부품 교체 및 수리 시장) 부품을 생산해왔다. 특히 와이퍼 블레이드, 필터, 브레이크 부품 등 소모품에서 강력한 입지를 가졌다.

주요 브랜드로는 튀코(Trico), 필터텍(Filtertek) 등이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자동차 부품 시장을 지배했다.

급격한 파산 신청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회사의 재무 상태가 빠르게 악화됐다. 팬데믹 이후의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원인이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도 큰 부담이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산 비용이 치솟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 대한 대응 실패다. 전기차(EV)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의 부품 수요가 위축되었다. 회사는 이러한 구조적인 변화에 발맞추지 못했다. 누적된 채무와 시장 변화가 퍼스트 브랜드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퍼스트 브랜드는 주로 애프터마켓에 집중하는 회사다. 따라서 완성차 제조사(OEM)에 직접 부품을 대량 공급하는 것보다는, 전 세계 수많은 정비소와 딜러십 네트워크에 의존해 왔다.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의 차량은 물론, 다양한 글로벌 제조사의 차량이 이 회사의 부품을 사용한다. 이들의 부품은 차량 보증 수리에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특히 레이베스토스(Raybestos)의 완전 브레이크 솔루션, 스탑테크(StopTech)의 고성능 브레이크, 프램(FRAM)의 여과 제품, 그리고 트리코(TRICO)와 미쉐린(Michelin) 라이선스 와이퍼 블레이드는 소비자들에게 매우 친숙하다. 또한 오토라이트(Autolite) 점화 플러그와 카터(Carter) 연료 펌프 같은 핵심 부품도 취급했다. 카돈(CARDONE)의 신품 및 재생품 교체 부품까지 포함되어, 이들의 제품은 사실상 차량 유지 보수의 거의 모든 영역을 커버했다. 견인 및 트레일러링 분야에서는 리스(REESE), 불독(BULLDOG) 같은 유명 브랜드를 다수 소유하고 있었다.

퍼스트 브랜드의 파산은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국 자동차 공급망에 직접적인 위협을 던지고 있다. 당장 와이퍼나 필터 같은 소모품의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부품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미국 내 여러 생산 시설을 운영했다. 수천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퍼스트 브랜드는 이제 법원의 관리 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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