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의 최대 관문으로 꼽히는 ‘가격 동등성(price parity)’에 렉서스가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미국 시장에 투입되는 2026년형 렉서스 ES에서 순수 전기차 모델이 같은 차급 하이브리드보다 더 낮은 가격에 책정되면서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보다 비싸다는 기존 공식이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렉서스가 공개한 가격표에 따르면 2026년형 ES의 기본 전기차 모델인 ‘ES 350e 프리미엄’은 미국 기준 4만8795달러(목적지 수수료 포함)부터 시작한다. 반면 대응 모델인 하이브리드 ‘ES 350h 프리미엄’은 5만995달러로, 전기차가 2200달러 더 저렴하다. 렉서스 미국 뉴스룸이 2월 26일 업데이트한 공식 가격표에도 같은 내용이 반영돼 있다.
이 같은 가격 구조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적지 않은 상징성을 갖는다. 그동안 전기차 보급 확대의 핵심 조건으로는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외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구매 가격이 가솔린차나 하이브리드와 비슷해지는 순간이 꼽혀 왔다. 그런데 2026년형 ES는 적어도 렉서스 브랜드 안에서는 그 순서를 뒤집었다. 전기차가 더 비싸서 망설인다는 소비자 심리를 정면으로 건드린 셈이다.
상품성도 가격만 앞세운 수준은 아니다. 전륜구동 EV인 ES 350e는 74.7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EPA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307마일을 인증받았다. 사륜구동 듀얼모터 모델인 ES 500e는 최대 276마일을 달린다. 충전 성능은 최대 150kW급이며, 10%에서 80%까지 충전 시간은 약 28분으로 제시됐다.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업계 판도를 뒤엎을 정도는 아니지만, 가격과 브랜드를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조건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아쉬움도 남는다. 일부 외신은 토요타·렉서스 전기차가 여전히 내비게이션 기반 충전 경로 계획 기능 등 기본적인 EV 편의 기능에서 경쟁사 대비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즉, 구매 가격 측면에서는 EV의 문턱을 낮췄지만, 소프트웨어 경험까지 완전히 앞서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차량 자체의 의미도 작지 않다. 2026년형 ES는 1989년 데뷔 이후 이어져 온 렉서스의 핵심 세단이자, 브랜드 최초로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전기차를 함께 전개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의 상징적 모델이다. 렉서스는 이 차를 통해 자사 차세대 전동화 디자인 언어와 상품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미국 공식 자료에서는 신형 ES를 브랜드 전동화 전환의 핵심 축으로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