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집가들 사이에서 ‘성배(Holy Grail)’로 통하는 페라리 250 GTO가 다시 한번 기록적인 몸값을 예고하며 시장에 나왔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등장한 모델은 전 세계에 단 36대만 생산된 250 GTO 중에서도 유일하게 공장에서 ‘화이트(Bianco)’ 컬러로 출고된 특별한 차량이다.
내년 1월 6일부터 18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키시미에서 열리는 ‘메컴 옥션(Mecum Auctions)’의 주인공은 1962년식 페라리 250 GTO(섀시 번호 3729GT)다. 전문가들은 이 차량의 낙찰가가 7000만 달러(한화 약 950억 원)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웬만한 강남의 고급 빌딩 한 채 가격을 가뿐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페라리의 상징은 강렬한 레드(Rosso Corsa)지만, 이 차량은 첫 소유주였던 영국의 유명 레이싱 팀 오너 존 쿰스(John Coombs)의 요청에 따라 ‘스페셜 화이트’ 컬러로 제작됐다. 당시 페라리는 색상 선택에 매우 보수적이었으나, 쿰스의 끈질긴 요구 끝에 이례적으로 화이트 출고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색상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 차는 1960년대 초반 유럽의 주요 레이스에서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전설적인 드라이버 그레이엄 힐(Graham Hill)을 비롯해 잭 시어스, 로이 살바도리 등이 이 차의 운전대를 잡고 수차례 우승과 포디엄을 휩쓸었다. 특히 재규어 레이싱 부서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이 차를 빌려 갔을 정도로 당대 최고의 성능을 자랑했다.
3729GT 모델의 또 다른 가치는 ‘독창성’에 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대적인 복원(Restoration)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며 수리 및 관리만 해온 상태다. 엔진룸에는 3.0리터 V12 엔진이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으며, 레이싱 당시 사용했던 후드의 공기 흡입구나 콕핏의 환기 덕트 같은 디테일도 그대로 살아있다.
이 차량은 1999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전 사장인 존 셜리(Jon Shirley)가 소유해 왔으며, 페라리 클래식(Ferrari Classiche)으로부터 차량의 정통성을 인증하는 ‘레드 북’을 발급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