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미국 시장에서 엔트리 전기 SUV EX30 판매를 중단한다. 2023년 글로벌 데뷔 이후 미국에는 2025년형으로 2024년 말 본격 투입됐지만, 출시 1년여 만에 현지 라인업에서 빠지게 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볼보는 배경으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재무적 요인”을 들었다. 미국 딜러들은 오는 20일(현지시간)까지 EX30 및 EX30 크로스컨트리의 최종 주문을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장에서 EX30은 사실상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됐지만, 볼보는 전동화 전략 자체를 접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90은 계속 판매되며, 신형 EX60도 올해 미국 시장 데뷔가 예정돼 있다. 볼보는 미국 매체에 “전동화와 고객에 대한 약속은 변함이 없다”며 EX60과 업그레이드된 EX90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결정은 최근 EX30의 배터리 관련 리콜 이슈와도 맞물린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볼보는 2025년형 EX30 일부 차량에 대해 고전압 배터리 셀 단락과 과열 가능성으로 리콜을 진행했다. 일부 보도에서 ‘4만대 이상’이 거론됐지만, 현재 미국 당국 문서에 공개된 리콜 대상은 40대로 확인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 시장의 분위기다. 미국에서 철수 수순을 밟는 EX30이 한국에서는 오히려 가격 경쟁력 강화 카드로 반전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2월 EX30과 EX30 크로스컨트리의 국내 판매 가격을 오는 지난 1일부터 인하를 시작했다. 인하 폭은 최대 761만원 수준이다.
실제로 국내 가격은 큰 폭으로 낮아졌다. EX30 코어 트림은 4752만원에서 3991만원으로, 울트라 트림은 5516만원에서 4479만원으로 조정됐다. EX30 크로스컨트리 역시 4812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2025년에도 한 차례 가격 조정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코어와 울트라 트림 가격이 각각 인하된 바 있어, EX30은 한국 시장에서 연속적인 가격 재조정 수순을 밟은 셈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이번 가격 인하를 두고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반영해 본사와의 치열한 협의를 거쳐 결정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기대만큼 빠르게 판매가 확산되지 않은 전기차 시장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수입 전기차 시장 전반에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EX30 역시 공격적인 가격 조정 없이는 대중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은 최근 테슬라, BYD, 폭스바겐 등과의 가격 경쟁 구도 속에서도 읽힌다.
흥미로운 점은 가격을 내리자 반응도 즉각 나타났다는 것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EX30은 가격 인하 이후 1주일 만에 신규 계약 1000대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EX30의 문제는 상품성 자체보다도,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대 설정에 더 가까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