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캠핑카를 찾는 계절이다. 정답은 상대적이다. 넓은 실내에서 가족과 편하게 자고 쉬고 싶은 사람, 차를 아예 작은 집처럼 꾸미고 싶은 사람, 혼자 가볍게 떠나고 싶은 사람, 거친 길 끝까지 들어가 나만의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싶은 사람의 답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캠핑카의 세계는 한 대의 우등생보다, 여행 방식에 맞는 차를 고르는 일이 더 중요하다.
패밀리 밴·미니밴형, 1톤 상용 베이스형, 경차 차박형, 픽업 어드벤처형이다. 서로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성격은 전혀 다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법은 역시 패밀리 밴·미니밴형이다. 이 장르의 대표는 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캠퍼 하이브리드다. 현대차가 아예 캠핑을 전제로 내놓은 공식 모델인 데다, 전장 5255mm, 전폭 1995mm, 전고 2095mm의 차체에 1.6 터보 하이브리드와 2WD·AWD 구성을 더했다. 즉, 캠핑카이면서도 제조사 완성형에 가까운 차다. 스타리아의 장점은 분명하다. 별도 개조를 많이 하지 않아도 캠핑카다운 사용성이 나오고, 승용 감각도 일정 수준 유지한다는 점이다. “차 안에서 생활하는 캠핑”을 원하는 가족에게는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이 타입의 현실적 대안으로는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과 르노 마스터 밴이 있다.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전장 5155mm, 전폭 1995mm, 전고 2045~2055mm의 큰 체구와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패밀리카와 세미 캠핑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반면 르노 마스터는 더 정통 밴 캠퍼에 가깝다. 르노코리아가 2024년 특별물량 700대를 확보해 판매한 마스터 밴은 S와 L 두 가지 차체를 갖췄고, 전장은 5075mm와 5575mm, 전고는 2300mm와 2500mm, 적재공간은 8.0㎥와 10.8㎥에 이른다. 성인이 서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높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다음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1톤 상용 베이스형이다. 이 장르에선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를 따로 경쟁시키기보다, 하나의 세계로 묶는 편이 더 정확하다. 그중 대표로 세우기 좋은 차는 기아 봉고 III EV다. 기본형은 전장 5115mm, 전폭 1740mm, 전고 1995mm에 60.4kWh 배터리와 135kW 모터를 갖췄고, 윙바디나 양문형 미닫이탑차 같은 특장 모델은 전고가 2,670mm에 이르며 적재함 높이가 1800mm 수준까지 확보된다. 이쯤 되면 더이상 ‘차박’이 아니라, 아예 작은 집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에 가깝다. 이 타입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도다. 가족이 누워 잘 침대를 넣고, 수납장을 짜고, 외부 샤워나 간이 주방, 배터리 팩, 태양광까지 올리려면 결국 공간과 구조가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1톤 상용 베이스는 가장 ‘정통 캠핑카다운’ 해법이다. 대신 희생도 분명하다. 승용차 같은 정숙성과 승차감, 세련된 일상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차들은 어디까지나 “좋은 자동차”라기보다 “좋은 베이스캠프”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비로소 진가가 드러나는 스타일이다.
레이는 전장 3595mm, 전폭 1595mm, 전고 1710mm의 작은 체구지만, 박스형 차체와 높은 전고, 슬라이딩 도어 덕분에 “작지만 넓게 쓰이는” 공간감을 만든다. 기아도 레이 EV를 “생활 EV의 시작”으로 소개하고 있고, 35.2kWh 배터리, 최고출력 64.3kW, 1회 충전 최대주행거리 205km(도심 233km)를 제시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크지 않은 전기 경차지만, 캠핑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레이의 핵심은 크기가 아니라 철학이다. 이 차는 차 안에서 장기 체류하는 캠핑카가 아니다. 대신 도심 주차가 쉽고, 유지비 부담이 작고, 혼자 혹은 두 사람이 아주 가볍게 떠나는 여행에 놀라울 만큼 잘 맞는다. 거대한 차를 사지 않아도, 거창한 셀을 얹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만큼만 간소하게 떠날 수 있다”는 점이 레이의 가치다.
이 부문은 장르 자체가 다르다. 패밀리 밴이 실내 생활에 강하고, 1톤 상용이 셀 제작에 강하고, 레이가 초경량 차박에 강하다면, 픽업은 짐칸 위에 캠핑의 자유를 싣는 차다. 국내 공식 판매 모델 중에서는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가장 상징적이다. 지프코리아는 글래디에이터를 “픽업, 그 이상의 픽업”이자 “오픈-에어 픽업트럭”으로 소개한다. 2025년식 글래디에이터 루비콘 기준 3604cc 가솔린 엔진,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5.4kg·m, 8단 자동변속기, 락트랙(Rock-Trac) 풀타임 4WD를 갖췄다. 무엇보다 탈부착 도어와 탑, 다양한 오픈에어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 차를 캠핑 장비가 아니라 ‘모험의 도구’로 만든다.
픽업 캠핑의 장점은 실내가 아니라 외부 확장성에 있다. 적재함 위에 루프탑 텐트를 올리고, 캐노피를 씌우고, 슬라이드 키친과 냉장고를 넣고, 험로 끝까지 들어가 베이스캠프를 꾸릴 수 있다. 차 안에서 사는 대신, 차를 중심으로 야외 생활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픽업은 가장 불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가장 로망에 가깝다. “차에서 자는 캠핑”보다 “차를 타고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 캠핑”에 어울리는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