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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위대한 유산, 자동차 역사를 빛낸 작은 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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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위대한 유산, 자동차 역사를 빛낸 작은 모델들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10-20 08:14

오늘날 도로 위를 지배하는 것은 압도적인 크기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과 픽업트럭이지만, 자동차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은 크기가 아닌 효율성과 독창성으로 승부한 작은 차들이 장식했다.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경제적 필요와 기술적 도전에 응답하여 각 브랜드의 개성이 담긴 가장 작은 모델들을 선보였다.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한 시대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반영하는 미니멀리즘의 걸작들을 알아본다.

경제적 격변기가 낳은 '마이크로카' 전성시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자원이 부족하고 대중에게 저렴한 개인 이동 수단이 절실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스쿠터 엔진을 활용한 초소형 자동차, 즉 마이크로카(Microcar)의 전성기를 열었다.

BMW 이세타 (Isetta)이미지 확대보기
BMW 이세타 (Isetta)

BMW 이세타 (Isetta)

항공기 제조사였던 BMW는 전후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1950년대 초, BMW는 이탈리아 이소(Iso)의 라이선스를 얻어 이세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세타는 버블카(Bubble Car)라는 별명처럼 둥근 모양을 가졌으며, 냉장고처럼 차량 앞문이 통째로 열리는 독특한 구조가 특징이었다. 작은 단기통 오토바이 엔진을 사용했지만, 전후 경제 회복기에 대중의 발이 되어주며 BMW를 위기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아트 500 누오바 (Nuova)이미지 확대보기
피아트 500 누오바 (Nuova)

피아트 500 누오바 (Nuova)

1957년에 출시된 피아트 500 누오바는 이탈리아의 경제 기적과 '돌체 비타(La Dolce Vita, 달콤한 인생)'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전작인 토폴리노(Topolino)의 뒤를 이어 저렴하고 실용적인 소형차의 기준을 제시했다. 배기량은 500cc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귀여운 디자인과 효율성으로 이탈리아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필 P50 (Peel P50)이미지 확대보기
필 P50 (Peel P50)

필 P50 (Peel P50)

필 엔지니어링(Peel Engineering)이라는 영국의 작은 제조사에서 만든 이 차는 '가장 작은 양산차'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되어 있다. 단 한 사람과 장바구니 하나를 위한 크기로 설계되었다. 가벼운 무게 덕분에 후면 손잡이를 이용해 운전자가 직접 차를 끌어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줬다.

규격이 만든 혁신, 일본의 '경차' 유산


일본은 세금 및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독자적인 경차 규격(Kei Car) 시스템 덕분에 일찍부터 초소형 자동차 개발에 집중했다. 이는 일본 제조사들이 작지만 혁신적인 모델을 끊임없이 내놓는 계기가 되었다.

혼다 N360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N360

혼다 N360

혼다가 오토바이 제조사를 넘어 자동차 제조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해준 모델이다. 1967년에 출시된 N360은 360cc급 공랭식 2기통 엔진을 사용했다.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주행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으며, 이후 혼다의 간판 모델인 시빅(Civic) 개발의 중요한 초석이 되었다.

스바루 360이미지 확대보기
스바루 360

스바루 360

스바루가 만든 첫 번째 양산차로, 1958년에 출시되었다. '딱정벌레(Ladybug)'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당시 일본의 도로와 주차 환경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효율적인 디자인을 자랑했다. 후방 엔진을 채택하여 작은 차체 대비 실내 공간을 넓게 확보하려 노력했다.

대형 브랜드의 초소형 도전


글로벌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특정 시장이나 시대적 요구에 맞춰 가장 작은 모델들을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했다.

포드 카 (Ka)이미지 확대보기
포드 카 (Ka)

포드 카 (Ka)

포드가 1996년에 유럽 시장을 위해 출시한 소형 시티카다. 포드의 당시 뉴 엣지(New Edge)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파격적이고 독특한 외관으로 주목받았다. 좁은 유럽 도시에 적합한 민첩한 주행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유럽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스코다 포르만 (Forman)이미지 확대보기
스코다 포르만 (Forman)

스코다 포르만 (Forman)

체코의 스코다가 공산권 시절부터 효율성을 강조하며 만든 소형차 라인업 중 하나다. 포르만은 스코다가 만든 가장 작은 스테이션 왜건 모델로, 작은 차체에 넉넉한 적재 공간을 확보하여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스코다가 서유럽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작은 차들의 역사는 현재 전기차(EV) 시대에 와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배터리 효율성과 도시 이동성을 극대화하는 초소형 전기차 개발 경쟁은 과거 미니카들이 추구했던 공간, 효율, 독창성의 가치를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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