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지리 자동차 주가가 8일 홍콩 증시에서 장 초반 한때 6.7%까지 상승하며 17.90 홍콩달러(약 3216원)에 거래되는 등 약 7%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는 지리 자동차가 자사 프리미엄 전기 자동차 자회사인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Zeekr Intelligent Technology)를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22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민영화 제안을 발표한 직후의 움직임이다. 특히 이번 민영화 추진은 지리 자동차가 불과 1년 전에 지커를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이후에 이루어진 결정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리 자동차는 이번 민영화 제안을 통해 지커의 미국 예탁 주식(ADS) 1주당 25.66달러(약 3만5800원) 또는 새로 발행될 지리 자동차 주식 12.3주를 지불할 의사를 밝혔다. 이는 5월 6일 지커 ADS 종가 대비 13.6%의 프리미엄에 해당한다.
금융 서비스 회사인 발링갈 투자 자문사(Ballingal Investment Advisors)의 콘텐츠 전략가이자 스마트 카르마(SmartKarma)의 분석가인 데이비드 블레너하셋 씨는 이번 지리 자동차의 제안에 대해 "기회주의적인 제안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리 자동차가 이미 지커 지분 65.7%를 보유하고 있어, 지커를 비상장 회사로 만드는 데 필요한 충분한 의결권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블레너하셋 씨는 또한 "지리 자동차는 이미 지커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연결재무제표에 통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민영화로 인한 영향이 있다면 이는 소액 주주들의 지분에 대한 비용 지출에서 발생할 것이다. 다만 이 비용은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여부에 따라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리 자동차 측은 이번 자회사 민영화 추진의 배경으로 중국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격화되는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업 통합 및 효율성 증대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볼보를 비롯한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는 지리 자동차는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보다는 내부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전환을 모색해 왔다.
한편, 지리 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2021년에 설립된 지커는 2024년 5월, 기업 가치 약 68억 달러(약 9조4900억원)로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첫 번째 주요 사례였다. 당시 지커의 미국 상장은 중국 전기차 업계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중 관계 긴장 속에서도 중국 기업이 미국 자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건으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