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야심 찬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목표를 수정한다. 유럽의 전기차(EV) 수요가 중국 등에 비해 저조한 상황에서, EU 집행위원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목표는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23일(현지 통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원래 2026년에 계획되었던 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목표 수정 작업이 연말에 진행된다.
EU의 친환경 전환 정책에 대한 반발이 여러 회원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등 다수의 EU 정부는 금지 시점 연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과 청정 운송으로의 현실적인 전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EU가 내연기관차 금지 시행에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 현실 때문이다.
2035년 내연기관 사용 금지 제안은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로부터 폭넓은 비판을 받아왔다. 결정적으로 유럽의 전기차 수요는 예상보다 부진하다.
게다가 중국 제조사들은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를 유럽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아시아 시장 선두주자들과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수입 관세 장벽은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든다. 이는 유럽 자동차 산업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독일 역시 금지 시행에 회의적이다. 독일은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금지하기보다 친환경 차량으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옹호해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35년은 내연기관 금지 시행을 위한 엄격한 기한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러한 목표가 "기술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U의 자동차 산업은 유럽연합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한다. 또한 1300만 개 일자리를 제공하는 핵심 산업이다.
집행위원회는 이 거대한 산업을 구제하기 위한 계획을 지난 3월에 발표했다. 이 계획은 EU의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을 위해 18억 유로를 요구한다. 또한 자동차 부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2027년까지 10억 유로를 투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2035년 목표 수정 논의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과거의 결정들을 재고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참고로, 2022년 유럽의회와 27개 EU 회원국의 환경부 장관들은 2035년까지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줄이는 데 합의한 바 있다. 2023년 2월에는 'Fit for 55' 패키지의 일부로 새로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승인했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 EU의 환경 목표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