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 자동차(EV) 제조업체 테슬라가 독일 시장에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베를린 외곽에 기가팩토리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4월 독일 전기차 시장에서 신규 등록 885대로 충격적인 16위에 머무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독일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였던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의 이러한 하락세는 최근 몇 달 동안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머스크의 공개적인 지지와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한 그의 정치적 성향이 독일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발표된 독일 연방자동차운송청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4월 독일 전기차 시장을 압도적으로 장악했다. 플렌스부르크 북부에 위치한 이 기관은 폭스바겐의 핵심 브랜드인 VW가 4월에 9725대의 신규 전기차를 등록하며 경쟁사들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고 밝혔다.
볼스부르크에 본사를 둔 폭스바겐 그룹의 다른 브랜드들도 강세를 보였다. 슈코다는 2위를 차지하며 경쟁사인 BMW를 제쳤고, 아우디와 세아트는 각각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또 다른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6위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VW 브랜드는 4월과 올해 누적 기준 독일 전기차 시장 점유율 47%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BMW가 11%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도입이 느리다는 비판을 받아온 독일 자동차 제조 산업은 4월 국내 신규 등록 차량 수에서 상위 10위 모두를 석권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는 독일 제조업체들이 자국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독일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호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전기 SUV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폭스바겐의 ID.7과 ID.3, 슈코다의 Elroq, 세아트의 Born과 같은 소형 전기 모델을 선택하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소형 전기차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