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도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유가 충격이 국내 경제와 소비자 부담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류 가격 통제에 나섰고,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와 전동화 전략 재점검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이번 주 한때 배럴당 119.50달러까지 치솟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시장 안정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한국 정부는 직접적인 가격 안정 조치를 꺼냈다. 14일부터 국내 휘발유 도매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휘발유 도매가격 상한은 리터당 1724원으로 정했다. 이는 직전 수준인 1833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세금 변동 등을 반영해 2주마다 상한 가격을 조정할 방침이다. 또 정유사들이 전년 3~4월 월평균 공급량의 90% 이상을 시장에 풀도록 유도하고, 가격 통제로 손실이 발생하는 정유사에는 재정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이례적인 조치에 나선 것은 한국의 에너지 수입 구조 때문이다. 한국이 원유의 약 7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중동발 공급 불안에 특히 취약하다. 다만 정부는 국내 비축유가 약 208일분에 달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비축물량과 국내 전환 공급 여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시장의 대응은 더욱 현실적이다. 업계는 고유가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찾을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를 보고 있다. 전기차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충전 부담 없이 연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시장은 SUV와 세단 중심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이미 폭넓게 형성돼 있어 수요 전환이 비교적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현대차는 2025년 연간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가 61만1783대로 전년보다 32% 늘었다고 밝혔고, 연간 사업실적 발표에서는 2025년 하이브리드 판매가 63만4990대로 27.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한국 시장에서도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가 실적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가와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국내 완성차 업계가 순수 전기차보다 우선 하이브리드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차는 단기보다 장기 대응 카드에 가깝다. 초기 구매가격과 충전 인프라, 보조금 변수 때문에 고유가 충격이 곧바로 판매 증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총보유비용 측면에서 전기차의 경제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국내 시장의 1차 수혜는 하이브리드가 가져가되,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전기차 역시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한국 시장의 대응은 두 갈래로 요약된다. 정부는 가격 상한제와 공급 확대를 통해 유류비 급등을 억제하고, 완성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현실적 상품 전략으로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국제유가 불안이 길어질수록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연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차”의 존재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