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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빠를수록 비싸다?”...제로백으로 결정되는 가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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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빠를수록 비싸다?”...제로백으로 결정되는 가격표

0→100km/h 시간이 짧아질수록 가격표도 함께 치솟는 대표 모델 5선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3-12 09:05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사진=포르쉐이미지 확대보기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사진=포르쉐
자동차 시장에는 가격을 설명하는 언어가 여럿 있다. 브랜드의 역사도 있고, 소재와 디자인, 희소성과 옵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먹히는 숫자를 꼽으라면 결국 제로백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 이 짧은 숫자는 단순한 성능표의 한 줄이 아니라, 자동차가 어느 급에 속하는지, 제조사가 그 차를 얼마나 특별하게 포지셔닝하는지, 그리고 왜 그 차가 그렇게 비싼지까지 한 번에 설명해 준다. 그래서 제조사들이 0.1초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특히 고성능차 시장으로 갈수록 이 공식은 더 노골적이다. 3초대 초반이면 이미 억대 중후반을 훌쩍 넘기기 시작하고, 2초대 후반으로 들어서면 가격은 2억~3억원대를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2초대 초반은 말 그대로 기술 과시의 영역이다. “제로백이 빠르면 가격도 비싸진다”는 공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다섯 대를 추려봤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 2.2초

2초대 초반이 되면 가격은 3억 원 문턱까지 오른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는 전동화 시대에 제로백이 어떻게 가격의 언어가 됐는지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다. 포르쉐코리아 기준 타이칸 터보 GT의 시작 가격은 2억9790만원이며, 패키지 모델은 같은 가격에 0→100km/h 2.2초를 제시한다. 기본 타이칸 터보 GT도 2.3초다. 여기에 오버부스트 기준 최고출력은 1034마력(PS)에 달한다. 2초대 초반이라는 숫자는 단지 “엄청 빠르다”는 의미를 넘어서, 브랜드가 자사 기술력의 정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그리고 그 숫자에 맞춰 가격도 사실상 초고가 영역으로 진입한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사진=마세라티이미지 확대보기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사진=마세라티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 3.9초

이탈리아 럭셔리 GT도 빠를수록 비싸진다. 마세라티의 그란투리스모 라인업은 제로백과 가격의 상관관계를 한 브랜드 안에서 비교적 또렷하게 보여준다. 공식 컨피규레이터 기준 그란투리스모는 3.9초에 2억2520만원부터, 그란투리스모 트로페오는 3.5초에 2억8170만원부터, 그리고 순수전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2.7초에 2억7530만원부터 시작한다. 절대 가격만 놓고 보면 트로페오가 더 높게 보일 수 있지만, 폴고레는 전기 파워트레인이 구현하는 압도적 순간 가속을 앞세워 “가장 빠른 그란투리스모”의 자리를 차지한다.

메르세데스-AMG GT 63 S E 퍼포먼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AMG GT 63 S E 퍼포먼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AMG GT 63 S E 퍼포먼스 : 2.8초

AMG의 최상위 속도는 2억 후반 가격으로 연결된다. 메르세데스-AMG GT 63 S E 퍼포먼스는 AMG가 “빠름”을 어떻게 프리미엄으로 전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모델이다. 0→100km/h 가속 시간은 2.8초, 가격은 등록 사양에 따라 2억7860만원 수준부터 2억8859만원 수준까지 확인된다. 즉 같은 AMG GT 계열 안에서도 가장 강력한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모델이 가장 짧은 제로백과 가장 높은 가격대를 자연스럽게 가져간다. 여기서 제로백은 단지 자랑거리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이 차가 왜 AMG GT의 꼭대기인가”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논리다.

아우디 RS 6 아반트 퍼포먼스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RS 6 아반트 퍼포먼스 사진=아우디

아우디 RS 6 아반트 퍼포먼스 : 3.4초

슈퍼왜건의 세계에서도 빠른 시간은 억대 후반을 부른다

아우디 RS 6 아반트 퍼포먼스는 슈퍼카가 아니어도 제로백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아우디코리아는 이 모델의 최고출력 630마력, 0→100km/h 3.4초를 제시하고 있으며, 공식 가격표에는 1억7550만원부터로 올라 있다. 겉모습은 왜건이고 활용성도 높지만, 시장에서 이 차의 가치가 설명되는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패밀리카처럼 쓸 수 있는데 3초대 중반 가속을 낸다”는 것. 결국 실용성과 희소성이 가격의 배경이라면, 소비자가 지갑을 열게 만드는 마지막 한 방은 여전히 제로백 같은 직관적 성능 수치다.

BMW M5 사진=BMW 이미지 확대보기
BMW M5 사진=BMW

BMW M5 : 3.5초

슈퍼세단의 가격은 결국 3초대 성능에서 출발한다. BMW M5는 초고가 슈퍼카급 가격은 아니지만, 퍼포먼스 세단 시장에서 “더 빠를수록 더 비싸다”는 공식을 가장 대중적으로 설명하는 모델이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M5는 시스템 출력 727마력, 0→100km/h 3.5초를 내며, 시작 가격은 1억6810만원이다. 일반 5시리즈와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매우 크지만, 시장은 그 차이를 브랜드 이미지나 옵션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결국 3.5초라는 숫자, 그리고 슈퍼세단에 걸맞은 퍼포먼스가 이 가격을 정당화하는 핵심이 된다. M5는 ‘제로백이 곧 가격’이라는 명제가 초고가 하이퍼카뿐 아니라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다섯 대를 보면 공식은 분명하다. 3.5초 안팎이면 이미 1억 후반~2억 원대가 자연스럽고, 2초대 후반으로 들어가면 2억 후반~3억 원대가 본격화된다. 그리고 2초대 초반은 사실상 기술 과시와 브랜드 위상이 결합된 초고가 영역이다. 물론 가격은 브랜드, 희소성, 소재, 생산량 같은 요소의 합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고성능차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가격 언어가 여전히 제로백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빠른 차가 비싼 이유는 많지만, 소비자가 그 비쌈을 가장 쉽게 납득하는 근거는 결국 “몇 초냐”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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