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자동차(Volvo Cars)가 약 3000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발표했다고 27일(현지시각) BBC가 보도했다. 이는 대대적인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특히 스웨덴 내 사무직 인력 약 15%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감원은 중국 지리홀딩(Geely Holding)이 소유한 볼보자동차가 지난달 발표한 180억 스웨덴 크로나(약 2조5700억 원) 규모 '실행 계획' 개편안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볼보의 이번 감원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여러 주요 과제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재추진 가능성, 원자재 비용 상승, 그리고 유럽 시장에서 판매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볼보 최고경영자(CEO) 호칸 사무엘손(Håkan Samuelsson)은 이번 해고 이유로 업계가 처한 '어려운 시기'를 꼽으며, "오늘 발표된 조치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우리가 더욱 강력하고 탄력적인 볼보차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실제로 볼보는 이달 초, 4월 글로벌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고 발표하며 어려움을 시사한 바 있다.
2010년 미국 포드로부터 중국 지리에 인수된 볼보자동차는 스웨덴 예테보리에 본사와 개발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스웨덴, 벨기에, 중국 및 미국에 주요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에는 203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으나, 지난해에는 "다양한 시장에서 전기차에 대한 최근 관세로 인해 발생한 추가 불확실성"을 포함한 여러 문제로 인해 이 목표를 축소하기도 했다.
볼보의 감원 소식은 다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닛산은 이달 초 판매 부진에 직면해 사업을 재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1만1000개 이상 일자리를 추가로 줄이고 7개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닛산이 발표한 총 해고 인원을 약 2만명으로 늘리는 것으로, 전체 인력의 15%에 해당한다. 중국에서 판매 감소와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할인, 그리고 혼다와 미쓰비시와의 합병 제안 무산 등이 닛산 수익에 큰 타격을 입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선두 기업인 BYD는 주말에 20개 이상 모델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특히 BYD의 가장 저렴한 모델인 시걸 EV(Seagull EV) 가격은 5만5800 위안(약 1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 정부 소유의 창안(Changan)과 크라이슬러 소유주 스텔란티스의 지원을 받는 립모터(Leapmotor) 등 다른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도 자체적인 가격 인하를 발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이러한 가격 전쟁 발표 이후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주가는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