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세단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차종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스테판 빈켈만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세브링 12시간 내구레이스 현장에서 “브랜드에 부족한 것은 그랜드 투어링카, 즉 2도어 2+2 모델”이라고 밝히며 차세대 포트폴리오 방향을 제시했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 출시 이후 기존 슈퍼카 중심의 소규모 라인업을 점차 확장해 왔지만, 빈켈만 CEO는 추가 SUV나 4도어 세단에는 선을 그었다. 대신 브랜드의 뿌리에 가까운 GT 성격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람보르기니는 창립 초기 350 GT와 400 GT 같은 모델로 브랜드 기반을 다졌고, 이번 구상 역시 이런 전통을 현대적으로 복원하는 성격이 짙다.
당초 이 역할은 2023년 공개된 란자도르 콘셉트가 맡을 가능성이 컸다. 란자도르는 람보르기니 최초의 순수전기차(EV)이자 2도어 2+2 성격의 ‘울트라 GT’로 소개됐지만, 최근 시장 상황 변화 속에 순수전기 프로젝트는 사실상 철회됐다. 대신 회사는 이 차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반 모델로 전환해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제 빈켈만 CEO는 지난달 외신 인터뷰에서 람보르기니 고객층의 전기차 수요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밝히며, 배터리 전기차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람보르기니는 란자도르의 양산형 EV 계획을 접고, 대신 하이브리드 모델을 차세대 4번째 라인업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이 모델이 2020년대 말, 이르면 2029년 전후로 등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람보르기니의 전동화 전략도 한층 분명해졌다. 배터리 전기차로 급격히 넘어가기보다는, 레부엘토와 테메라리오, 우루스 SE에 이어 차세대 GT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체제로 묶어 브랜드 특유의 감성과 성능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고성능 럭셔리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람보르기니가 ‘완전 전동화’보다 ‘하이브리드 기반 감성 유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람보르기니가 꺼내든 새 카드는 차종 확대 자체보다도 브랜드 정체성 복원에 가깝다. SUV로 외연을 넓힌 데 이어, 이제는 다시 2도어 GT라는 전통적 장르를 통해 브랜드의 역사와 미래를 동시에 잇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순수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GT가 선택된 것도, 람보르기니가 당분간은 기술보다 감성과 시장 수요를 우선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