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독주 막겠다"…현대차 포티투닷, '라이다 뺀' 아이오닉 6 자율주행 영상 전격 공개
이미지 확대보기포티투닷이 지난 8일 게재한 아트리아 AI 자율주행차 아이오닉 6 시연 영상 캡쳐 사진=포티투닷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42dot)이 지난 8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아이오닉 6 기반의 자율주행 시연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공개는 지난 3일 그룹의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을 이끌던 송창현 사장이 사임하며 불거진 조직 내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에 맞서 기술적 주도권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포티투닷이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한 '아트리아(Atria) AI 엔드투엔드 자율주행' 영상은 통제된 시험장이 아닌 서울 상암과 강남 등 복잡한 일반 도로에서 촬영됐다. 영상 속 아이오닉 6 테스트 차량은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채(Hands-off) 주행하며 다양한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량은 신호등이 없는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 맞은편 차량의 속도와 거리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진입 시점을 판단했고, GPS 신호가 끊기는 도심 터널 내부에서도 차선 이탈 없이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또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주행하다 도심 진입 램프에 들어서자 제한 속도에 맞춰 스스로 감속하는 등 정밀한 속도 제어 능력도 확인됐다.
기술적으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고비용 센서인 라이다(LiDAR)를 배제하고 카메라와 레이더 중심의 센서 퓨전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포티투닷의 '아트리아 AI'는 8개의 카메라와 1개의 전방 레이더만을 사용하며, 사람이 일일이 규칙을 정해주는 기존 룰 기반(Rule-based) 방식 대신 AI가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통째로 학습해 인지·판단·제어를 한 번에 처리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딥러닝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경쟁사인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와 유사한 접근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복잡한 도심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영상 후반부에는 '기억 기반 자동 주차' 기술도 시연됐다. 차량은 이전에 방문했던 주차장의 경로를 기억해 입구를 통과한 뒤, 지하 주차장의 기둥과 주차된 차량 사이의 좁은 공간을 스스로 인식하고 회피하며 빈 공간에 정확히 주차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영상 공개 시점이 송창현 사장의 사임 후 불과 5일 만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송 사장의 퇴진으로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전략이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포티투닷은 기술 개발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는 지난 11월 23일 한국 시장에 '감독형 FSD'를 출시하며 공세를 강화한 테슬라를 견제하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한미 FTA 규정에 따라 인증 절차 없이 FSD 기능을 배포한 테슬라에 맞서, 현대차 역시 독자적인 A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장에 알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검증된 자율주행 AI 기술을 고도화하여 2026년형으로 출시될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과 하반기 공개 예정인 'SDV 페이스카'에 순차적으로 탑재할 계획이다. 특히 2026년 하반기 선보일 SDV 페이스카는 차세대 전자 아키텍처와 아트리아 AI의 완성형이 적용되어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