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자동차 업계의 시계는 이미 2026년을 가리키고 있다. 다가오는 2026년은 단순한 신차 출시의 연속이 아니다. 전동화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주행거리’ 경쟁을 넘어 ‘브랜드의 정점(Flagship)’과 ‘헤리티지(Heritage)’를 증명하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롤스로이스의 럭셔리를 겨냥하고, 현대차는 전설 속 슈퍼카를 부활시키며, 수입차 진영은 차세대 플랫폼으로 맞불을 놓는다. 공식 이미지와 콘셉트카를 통해 윤곽이 드러난, 2026년 한국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 기대작 6종을 선정해 미리 살펴봤다.
[COVER STORY] ‘상상’이 ‘현실’로… 2026년 한국 도로를 점령할 ‘5대 게임체인저’ 미리보기
2026년 상반기, 대한민국 럭셔리카의 역사가 새로 쓰인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이 될 초대형 전기 SUV ‘GV90’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뉴욕 오토쇼에서 공개된 ‘네오룬(Neolun)’ 콘셉트의 양산형으로, 제네시스가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과 기술의 총집합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코치 도어’다. B필러를 과감히 삭제하고 앞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이 방식은 롤스로이스 등 극소수 럭셔리카의 전유물이었다.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M’을 기반으로 하여, 거주성은 물론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기술에서도 압도적인 진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야말로 ‘달리는 퍼스트 클래스’로서 벤츠 EQS SUV,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직접 경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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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게 2026년은 ‘기술적 자신감’을 과시하는 해다. 1974년 포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을 계승한 수소 하이브리드 슈퍼카 ‘N 비전 74’가 한정판으로 양산된다. 전 세계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던 그 디자인 그대로, 레트로한 직선의 미학과 미래지향적인 파라메트릭 픽셀이 공존한다.
고성능 모터에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결합해 800마력(추정) 이상의 괴력을 뿜어낸다. 제로백 3초대의 성능은 물론, 내연기관을 뛰어넘는 감성적 만족감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 100~200대 한정 생산이 유력한 이 모델은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슈퍼카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기념비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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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의 절대 강자 BMW는 ‘노이어 클라쎄 X(Neue Klasse X)’로 2026년 중형 SUV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 이는 차세대 iX3의 미리 보기이자, 향후 BMW X 패밀리의 디자인 이정표다. 얼마 전에 iX3의 양산형 모델 세계 최초 공개가 있었다.
특징은 ‘키드니 그릴’의 귀환이다. 거대해지기만 했던 최근의 그릴 대신, 1960년대 오리지널 모델처럼 좁고 수직으로 긴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실내는 물리 버튼을 극단적으로 줄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앞유리 전체를 HUD처럼 쓰는 ‘파노라믹 비전’이 도입된다. 6세대 eDrive 기술 적용으로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가장 BMW다운 전기차’의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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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M(구 쌍용차)은 자신들의 전공 분야인 ‘오프로더’의 본질을 전기차 시대에도 이어간다. 프로젝트명 ‘F100’은 토레스의 성공 방정식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더 강인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갖춘 준대형 전기 SUV다.
전면부의 독특한 키네틱 라이팅 블록은 디지털 시대의 강인함을 상징한다. 유선형 위주의 도심형 전기 SUV 트렌드를 거부하고, 각진 차체와 높은 지상고를 통해 ‘전기로 가는 오지 탐험’을 제안한다. 렉스턴의 빈자리를 채우며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대안이 될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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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4도어 GT ‘폴스타 5’로 고성능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콘셉트카 ‘프리셉트’를 거의 그대로 양산한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뒷유리(Rear Window)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카메라와 디지털 룸미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폴스타 4와 마찬가지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차체에 884마력의 고출력을 얹어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tron GT와 직접 경쟁한다. 디자인과 성능 모두에서 타협하지 않는 폴스타의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2026년 출시가 기대되는 이 차들은 공통점이 있다. 내연기관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거나(N Vision 74, 노이어 클라쎄),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부수는(GV90 코치도어, 폴스타 5) 등 각자만의 확실한 ‘캐릭터’를 가졌다는 점이다.
기술 상향 평준화 시대,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잘 달리는 전기차’를 원하지 않는다. 나를 표현해 줄 수 있는 ‘개성 있는 차’를 원한다. 2026년, 한국 자동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치열한 ‘취향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