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성장 엔진이었던 중국 시장에서, 전통적인 강호였던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6일(현지시각) 힌리히재단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토종 브랜드들의 거센 공세와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뒤로하고 위기에 직면한 폭스바겐, 제너럴 모터스(GM), 테슬라 등 글로벌 메이커들의 현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들이 과연 이 격렬한 경쟁 속에서 미래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층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황금빛 과거의 종언, 중국 자동차 시장 판도 변화
2009년,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는 외국 자동차 회사들에게 놓칠 수 없는 거대한 기회의 땅이었다. 높은 관세 장벽에도 불구하고, 기술 이전이라는 불가피한 조건을 감수하며 설립된 수많은 합작 법인들은 중국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폭스바겐은 일찍이 1980년대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하여 압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했고, 1990년대에는 시장 점유율 50%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GM 역시 1990년대 후반 진출 이후, 다양한 차종을 앞세워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중국 시장을 핵심적인 수익원으로 삼았다. 심지어, 2019년 상하이에 자체 공장을 설립하며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테슬라조차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과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급격하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과거 변방에 머물렀던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정책, 특히 전기 자동차(EV)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빠른 시장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력,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한 맞춤형 신차 출시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외국 브랜드들의 아성을 무섭게 잠식해 나갔다. 2025년 첫 두 달 기준으로, 외국 합작 법인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31%까지 급감한 반면, 전기차 시장은 이미 BYD, 니오(Nio), 샤오펑(Xpeng), 리 오토(Li Auto)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체제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이는 더 이상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과거와 같은 안락한 지위를 누릴 수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냉혹한 현실이다.
중국 내 외국 자동차 기업들, 미래가 있을까?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위치한 SAIC-GM 동웨 모터스(Dong Yue Motors). 사진=GM
흔들리는 거인들, 폭스바겐, GM 위기와 고뇌
한때 중국 시장의 '황제'와 같았던 폭스바겐은 전기차로 전환에 더딘 행보를 보이며 과거 찬란했던 영광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1990년대 중국 시장 점유율 50%를 넘나들었던 폭스바겐 브랜드 점유율은 2024년 12%까지 추락하며 사상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맛봤다. 수익성 역시 급격하게 악화되어, 2015년 52억 유로에 달했던 중국 시장 영업이익은 2024년 17억 유로까지 감소했다. 한때 그룹 전체 판매량의 40%, 영업이익의 25%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의 위상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폭스바겐의 침체는 단순히 전기차 시장 대응 실패라는 단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급변하는 중국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 성공에 안주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폭스바겐 경영진은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 뒤에는 정부 보조금과 현지 은행의 저금리 자금 지원이라는 배경이 있다고 항변하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결국, 중국 시장 수익 감소는 폭스바겐의 글로벌 전략 전반에 대한 심각한 재고를 불러일으키며, 심지어 핵심 생산 기지인 독일 공장 폐쇄까지 고려하는 극단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뒤늦게나마 폭스바겐은 150억 유로(약 23조4000억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전기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중국을 위한 중국(In China, For China)'이라는 현지화 전략을 발표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ng)의 지분 인수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 AI 및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2025년에는 11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중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을 밝히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했지만, 2025년 1분기 중국 판매량은 여전히 7% 감소했고, 특히 전기차 판매량은 37%나 급감하며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폭스바겐의 중국산 전기차 수출 전략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
제너럴 모터스(GM) 역시 중국 시장에서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1997년 상하이자동차(SAIC)와의 합작 법인 설립 이후, 뷰익(Buick), 쉐보레(Chevrolet), 캐딜락(Cadillac) 등 다양한 브랜드를 앞세워 한때 연간 40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던 GM이지만, 2024년 판매량은 180만 대로 급감하며 충격적인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2017년 14%에서 2024년 6.9%로 곤두박질쳤다. 한때 GM 글로벌 판매량의 42%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의 위상은 이제 31%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2024년에는 중국 내 공장 폐쇄 및 자산 손상과 관련된 대규모 감가상각으로 인해 44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하며 재정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일부 분석가들은 GM의 중국 사업 이전 가치의 88%에 달하는 감가상각을 지적하며, 심지어 회사가 결국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GM 스스로는 2025년 중국 시장 수익성 회복을 목표로 공장 폐쇄, 재고 감축, 전기차 라인업 최적화 등의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지만, 2025년 1분기 SAIC-GM의 판매량은 여전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GM의 중국 내 합작 브랜드인 SGMW(SAIC-GM-Wuling)의 저가형 전기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GM에게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GM의 미래가 자사의 글로벌 브랜드보다는 현지 합작 브랜드의 성공 여부에 더 크게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혁신과 위기의 경계, 테슬라의 고군분투
후발 주자로 중국 시장에 뛰어든 테슬라는 초기 중국 정부의 전례 없는 지원과 혁신적인 전기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듯 보였다. 2019년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설립하며 생산 현지화에 성공했고, 2024년에는 두 번째 공장을 건설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깊은 의지를 드러냈다. 한때 중국 시장은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과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는 테슬라에게도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BYD를 비롯한 토종 브랜드들의 강력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앞에서 테슬라는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과 다양한 금융 옵션을 제공하며 판매량 유지에 힘쓰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테슬라 이익의 절반이 중국 시장에서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2024년에는 가격 인하 정책의 영향으로 중국 시장 영업이익이 거의 사라졌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는 차량 내 스트리밍 서비스, 디지털 서비스 등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현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 면에서는 BYD와 같은 선두 업체들과 격차가 여전히 크다. 2025년 첫 두 달 동안 테슬라의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1%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3월 신모델 출시 이후 7.5%로 반등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는 테슬라의 중국산 유럽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에게 중국 시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와 같다. 2023년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4%라는 처참한 수준으로, '외산차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자국 시장에서 6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절박한 심정으로 신차 투입, 브랜드 이미지 재고, 현지 맞춤형 전략 수립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중국 시장에서의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강력한 경쟁자들 속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과 소비자들의 토종 브랜드 선호 현상은 현대차의 중국 시장 공략에 더욱 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 전략
격변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생존하고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길은 멀고 험난하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안락한 수익 창출 기지로서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급성장한 토종 브랜드들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전략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층적인 현지화 전략: 단순히 기존 모델을 약간 변경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선호도, 디지털 환경까지 고려한 맞춤형 차량 개발 및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 시장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가속화된 전기차 전환: 더 이상 내연기관차에 미련을 둘 시간이 없다. 과감한 연구 개발 투자와 생산 라인 전환을 통해 경쟁력 있는 순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배터리 기술, 충전 인프라 구축 등에서도 중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 노력: 토종 브랜드들의 강력한 가격 경쟁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생산 효율성 증대, 부품 현지화율 제고, 유연한 가격 정책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지 기업과 전략적 협력: 중국 내 기술 선도 기업, 배터리 제조사, IT 기업 등과의 전략적 제휴 및 협력을 통해 기술 격차를 줄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특히 자율주행, 스마트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기술 분야에서 협력은 필수적이다.
중국을 글로벌 수출 허브로 활용:중국의 우수한 생산 능력과 발전된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활용하여 중국 생산 차량을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다만,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관세 장벽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브랜드 이미지 재정립:과거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과 고객 경험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채널 활용, 소셜 미디어 마케팅 강화 등 시대 변화에 발맞춘 적극적인 소통 전략이 요구된다.
불확실한 미래, 치열한 생존 경쟁
중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거대한 토종 브랜드들의 '놀이터'로 변모하고 있으며, 외국 자동차 회사들에게 과거와 같은 '황금빛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치열한 기술 경쟁, 가격 경쟁, 그리고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과연 혁신적인 전략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이 험난한 시장에서 살아남고 미래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중국 시장의 변화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흥망성쇠를 넘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거대한 흐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예측을 바탕으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