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완전 자율주행'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며,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및 마케팅 방식에 대한 대대적 규제에 나섰다고 모터트렌드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최근 발표한 신규 규정을 통해 자율주행 관련 용어 사용을 제한하고, 시험 운행 절차를 강화하는 등 안전 확보에 초점을 맞춘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이번 규제 핵심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더 이상 중국어 마케팅 자료에서 "자율주행(自动驾驶)", "완전자율주행(全自动驾驶)", "지능형 주행(智能驾驶)", "첨단 지능형 주행(高阶智能驾驶)"과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한 것이다. 대신,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국 자동차기술자협회(SAE)의 표준 SAE J3016에 따라 자사 시스템의 성능 수준을 정확하게 분류하고 표기해야 한다. SAE J3016은 레벨 0(자율주행 기능 없음)부터 레벨 5(완전 자율주행)까지 자율주행 단계를 정의하며, 중국 정부는 이 표준에 따른 정확한 분류 및 표기를 엄격히 준수하도록 강제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MIIT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광범위한 일반 도로 베타 테스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수천, 수만 명의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공개 시험 운행은 이제 정부의 공식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가능하다. 또한, 운전자의 감독 없이 차량 스스로 주차를 수행하는 자동 발레파킹과 같은 기능 역시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 금지된다.
새로운 규정은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river Monitoring System, DMS)의 비활성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도록 의무화했다. 핸즈오프 감지 시간이 60초를 초과할 경우, 시스템은 즉시 감속, 비상등 작동, 최종적으로 차량 정지와 같은 위험 완화 전략을 자동으로 실행해야 한다. MIIT는 이러한 강력한 규제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의 잦은 무선 업데이트(Over-The-Air, OTA)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러한 시스템의 긴급 업데이트는 차량 리콜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규제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강력한 규제 발표는 지난 3월 29일 중국에서 발생한 샤오미 SU7 세단의 심각한 교통사고 이후 이루어졌다. 당시 샤오미의 첫 번째 전기차 SU7은 공사 구간에서 시속 약 96km로 콘크리트 방호벽 기둥과 충돌하여 안타깝게도 3명의 사망자를 냈다. 사고 당시 차량은 샤오미의 NOA(Navigation on Autopilot) 지능형 주행 보조 모드로 작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조사 결과, 시스템은 공사 구간 진입 전 경고를 발령하고 감속을 시작했지만, 운전자가 뒤늦게 차량 제어권을 확보하여 조향 및 제동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물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MIIT의 규제는 SU7을 통해 자동차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한 중국 스마트폰 및 가전 대기업 샤오미뿐만 아니라, 샤오펑(Xpeng), 리 오토(Li Auto), 니오(Nio), 화웨이(Huawei)와 같은 중국 주요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 선도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에서 오랫동안 불안정한 레벨 2 수준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 FSD)'이라는 과장된 명칭으로 마케팅하고, 공공 도로에서 광범위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해 온 테슬라 역시 이번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테슬라는 FSD 명칭에 '감독(Supervised)'이라는 단어를 추가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겸 CEO인 올라 켈레니우스는 최근 상하이 모터쇼 2025에서 MIIT의 새로운 지침에 대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들에게 소비자 소통 방식을 개선하라는 촉구로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모터쇼에서 AI 기반의 새로운 지점 간 고급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레벨 2+ 수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공개했는데, 이 시스템은 도심 환경에서 차량이 거의 자율적으로 주행하는 동안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만 가볍게 잡고 있으면 된다. 켈레니우스 CEO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우리 시스템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명확하게 밝혀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미 베이징 도로에서 레벨 3 자율주행 시험 운행 승인을 받은 중국 최초의 자동차 제조업체라는 점을 언급하며 "그래서 이번 규제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