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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그린 헬’을 점령하다 – 전동화가 여는 새로운 랩타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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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그린 헬’을 점령하다 – 전동화가 여는 새로운 랩타임 전쟁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8-05 09:05

샤오미 SU7 사진=샤오미이미지 확대보기
샤오미 SU7 사진=샤오미
전통적으로 내연기관의 성지로 불리던 뉘르부르크링에 최근 몇 년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이제 ‘그린 헬’은 포르쉐와 AMG의 무대가 아니라, 전기차와 프로토타입 EV가 기술력을 과시하는 새로운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샤오미 SU7 울트라다. 스마트폰 브랜드로 더 익숙했던 샤오미가 EV 시장에 뛰어들며 내놓은 이 모델은, 양산 전기차 최초로 7분 04초대 랩타임을 기록하며 AMG GT R 프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기록은 새로운 브랜드의 성공을 넘어, 전기차가 고성능 서킷 경쟁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프로토타입 부문에서는 폭스바겐 ID.R이 EV 기술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기록한 6분 05초는 내연기관 슈퍼카들이 넘지 못한 벽을 허물며 EV의 잠재력을 각인시켰다. 이어 로터스 에비야 X가 6분 24초, 중국의 샤오미 SU7 울트라 프로토타입이 6분22초를 기록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전기차는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 덕분에 출발부터 강력한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배치한 구조는 무게 중심을 낮춰 코너링 안정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뉘르부르크링처럼 연속 코너와 고저차가 극심한 서킷에서 이러한 특성은 기록 단축에 직결된다.

반면 EV의 무거운 배터리 무게는 제동 성능과 타이어 부담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회생제동 시스템과 첨단 섀시 제어 기술이 이 한계를 보완하며, 내연기관의 영역에 한 발 더 다가섰다.

EV의 도전은 단순히 기록 싸움에 그치지 않는다. 테슬라 모델 S 플래드(트랙 패키지)는 대형 세단으로 7분25초를 기록하며 ‘패밀리 세단’과 ‘서킷 머신’의 경계를 허물었다.

중국 제조사들의 부상은 유럽 중심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경쟁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 중이다. 샤오미 SU7의 기록은 EV 시대의 ‘기술력 상징’이 더 이상 독일 브랜드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양산 전기차’와 ‘프로토타입 EV’ 간의 격차다. 현재 포르쉐, 메르세데스-AMG, BMW 역시 고성능 전동화 모델의 뉘르부르크링 테스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에 EV가 내연기관을 완전히 넘어서는 순간이 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뉘르부르크링은 더 이상 내연기관의 무대만이 아니다. 전동화는 이미 이 서킷의 언어를 새롭게 쓰고 있다. ‘다음 기록의 주인공’은, 어쩌면 전기 모터의 고주파음을 울리며 나타날지도 모른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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