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야심작 사이버트럭이 독일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 전기 픽업트럭은 유럽 도로의 엄격한 규제, 특히 과도한 크기와 무게,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에서 비롯된 안전 문제로 인해 판매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각) 코치 데이터베이스가 밝혔다.
베를린 외곽에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며 한때 독일 전기 자동차 시장의 선두 주자였던 테슬라에게 이는 뼈아픈 소식이다. 독일 당국은 사이버트럭이 유럽 도로 주행에 비해 '너무 크고 무겁다'는 점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사이버트럭의 특징적인 날카로운 모서리 디자인이 보행자 및 다른 운전자에게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는 독일의 도로가 미국보다 훨씬 좁고 도시의 인구 밀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사이버트럭은 출시 전부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테슬라와 전기차 산업의 부상은 전 세계가 자동차 진화의 다음 단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사이버트럭은 테슬라가 미국 트럭 시장에 진출하려는 야심을 담은 모델이었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던 테슬라가 전 세계 트럭 및 4륜 구동 제조업체에 도전하는 매우 위험한 시도였다.
사이버트럭에 대한 관심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테슬라는 트럭이 판매되지 않는 중국에서도 대규모 팬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제 독일 테슬라 팬들은 유럽 도로의 엄격한 규제 때문에 사이버트럭 구매를 고려할 여력조차 없다.
이러한 제품 자체의 문제 외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정치적 행보가 독일 내 테슬라의 전체적인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최근 몇 달간 독일 시장 매출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불어 출시 이후 사이버트럭은 생산 및 품질 관리 문제로 인해 새로운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한때 자동차 산업의 미래로 여겨졌던 기대와는 달리, 차량 자체의 문제점들이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당국만이 이러한 규제와 망설임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 전체가 회원국들의 도시 규모와 인구 밀도를 고려하여 동일한 자동차 판매 규정을 따른다. 즉, 사이버트럭은 EU가 정한 승인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테슬라가 각 사이버트럭에 적용하는 재판매 조항 문제까지 고려하면 더욱 복잡하다.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을 독일 및 유럽 도로에 맞게 재설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다음 세대 자동차 개발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가운데, 테슬라와 독일 팬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사이버트럭이 유럽 규정을 준수하도록 조정되지 않는 한 (당장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유럽 도로에서는 보기 드문 존재로 남을 것이다. 테슬라는 심지어 2022년에 유럽 고객들의 사전 주문을 중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