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을 걸고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을 때, XC90이 주는 첫인상은 ‘부드럽다’였다. 많은 유럽 SUV들이 단단하게 받쳐주며 노면을 읽어내는 반면, XC90은 마치 폭신한 침대에 기대앉아 있는 듯한 감촉이다. 그렇다고 축 늘어지거나 흐물흐물한 건 아니다. 대신 단단함보다 포근함이 먼저 다가온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에어 서스펜션 장착 B6 모델에서는 이 감각이 더욱 뚜렷하다. 일반적인 유럽차의 서스펜션이 ‘딱딱하지만 충격을 잘 잡아낸다’는 미덕을 앞세운다면, 볼보의 에어서스펜션은 충격을 흡수한 뒤 부드럽게 풀어주는 감각에 가깝다.
비유하자면, 독일 프리미엄 SUV들이 단단한 나무 의자라면, 볼보는 솜이 듬뿍 들어간 고급 침대 매트리스 같다. 둘 다 지지력은 있지만, 느낌이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포근해서 좋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말캉말캉한 걸 싫어하는 취향이라면 조금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다.
노면의 작은 요철이나 굴곡을 마주했을 때, 전형적인 유럽 SUV는 노면 상태를 자신 있게 알려주며 차답게 처리한다. 반면 이 XC90은 “그건 넘어가도 돼”라고 말하듯 충격을 먼저 감싸 안고, 그다음에 속도를 유지하게 한다. 이 느낌은 긴 고속도로 주행이나 장시간 운전에서 피로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확실히 있다.
연식 변경을 거친 2026년식 XC90은 겉으로 바로 눈에 띄는 변화보다는 질감의 개선에 힘이 실렸다. 에어 서스펜션 적용은 물론, 엔진룸과 도로 소음이 한층 더 억제됐다. 실내에서의 침묵감이 생생한데, 이는 단순한 차음 차원이 아니라 “공간의 품격”을 형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대시보드의 UI가 전체적으로 정리되고,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옵션으로 확대됐다.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은 일상 주행에서 체감이 크다. 퍼포먼스는 XC90다운 ‘차분한 추진력’이다. 여전하다. 과격하게 튀어나가지 않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묵직한 힘이 올라온다. 답답함 없는 토크가 더해져,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도 부담 없이 가볍게 밀어붙인다.
핸들링은 기대만큼 ‘날카롭다’고 표현하기보다, 정확하고 여유 있다는 표현이 맞다. 방향 전환 시 차가 느긋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반응하면서도 운전자의 의도와 괴리감이 없다.
XC90의 또 다른 강점은 내·외관의 질감이다. 스칸디나비안 감성이라는 표현이 종종 쓰이는데, 단순히 ‘북유럽풍 디자인’이라는 뜻이 아니다.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선, 과하지 않으면서도 균형 잡힌 색과 소재 구성, 전체 조형이 억지로 포인트를 만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균형을 이룬다.
BMW X5나 메르세데스 GLE 같은 독일 대형 SUV와 비교해도 품격에서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클래식한 품위’를 과하지 않게 현대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스웨디시 스타일의 나름의 답을 제공한다.
XC90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편안함’이 아니다. 이 차는 운전자의 감각을 억지로 자극하지 않는다. 대신 필요할 때만 감각을 일깨운다. 노면의 변화, 속도의 전환, 주행 리듬에 따라 차는 자신만의 템포로 반응한다. 그것이 스칸디나비안 감성의 본질처럼 느껴진다. 과장되지 않지만, 세련되고, 여유 있지만, 기본기는 탄탄하다.
볼보 XC90이 준중형·대형 SUV 시장에서 자리매김한 이유는 단순히 기술 때문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과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SUV로서, 서스펜션처럼 부드럽게 당신의 일상에 스며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