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브랜드의 새로운 오프로드 비전을 제시하는 순수 전기 SUV 콘셉트카 '크레이터(Crater)'를 공개했다. 기존의 'XRT' 라인이 도심형 레저 차량에 가까웠다면, 이 새로운 콘셉트는 포드 브롱코(Bronco)나 지프 랭글러(Wrangler)와 같은 하드코어 오프로더 시장에 대한 현대차의 진지한 관심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크레이터는 전용 오프로드 타이어, 스키드 플레이트, 견인 고리 등 험로 주파를 위한 요소를 대거 탑재하며 강렬한 인상을 준다. 특히 아이오닉 5 XRT 모델에서 볼 수 있었던 디지털 픽셀 위장 패턴을 외관에 적용했으며, 곳곳에 숨겨진 재미있는 디테일이 눈길을 끈다.
크레이터 콘셉트는 33인치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하고 차체를 높여 압도적인 지상고를 자랑한다. 차량의 전면 범퍼에는 아노다이징 처리된 견인 고리가 부착되어 있으며, 그 옆에는 현대차 디자이너들이 '크레이터 맨(Crater Man)'이라고 이름 붙인 작은 캐릭터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 캐릭터는 콘셉트카의 상징으로, 외관 액센트와 안전벨트 버클, 대시보드 등 차량 곳곳에 숨어 있다.
파워트레인에 대한 상세한 기계적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대차는 크레이터가 순수 전기차임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아이오닉 5에 사용되는 84.0kWh 리튬이온 배터리와 최고 출력 320마력, 최대 토크 446lb-ft(약 61.7kgf·m)를 내는 듀얼 모터 시스템을 활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25 LA오토쇼] 현대차, 오프로드 DNA 품은 순수 전기 SUV 콘셉트 '크레이터' 공개
단순히 높은 차체와 공격적인 타이어를 넘어, 크레이터는 진정한 오프로드 성능을 암시하는 내부 제어 시스템을 갖췄다. 실내에는 저속 기어(Low Range) 및 잠금식 디퍼렌셜(Locking Differentials)을 위한 제어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전기차 파워트레인에서 이 기능이 어떻게 구현될지 여부와는 별개로 현대차의 오프로드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크레이터의 실내는 기존의 현대차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른 파격을 선보인다. 전통적인 대시보드 대신, 두 개의 스트랩으로 '매달려 있는' 듯한 원통형 구조물이 실내 중심을 차지한다.
가장 독특한 요소는 디스플레이이다. 기존의 대형 스크린 대신, 스포티파이(Spotify) 등 다양한 위젯을 표시하는 작은 정사각형 모듈형 스크린 4개가 탑재되어 있으며, 이 스크린들은 필요에 따라 차량에서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 실내는 따뜻한 녹슨 주황색(Rust-orange) 조명으로 은은하게 빛난다.
시트와 센터 콘솔에는 현대차가 '곡선의 랩핑(Curve of Upholstery)'이라 명명한 새로운 실내 디자인 기법이 적용됐다. 이는 탑승자가 접촉하는 모든 부분을 부드럽고 곡선적인 소재로 감싸, 실내 어디에서도 딱딱한 플라스틱을 찾아볼 수 없는 럭셔리한 질감을 제공한다.
현대차는 아쉽게도 현재 크레이터 콘셉트를 양산하여 브롱코나 랭글러와 직접 경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콘셉트는 현재 아이오닉 5, 팰리세이드, 싼타페 등의 모델에서 볼 수 있는 XRT 라인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미리 보여주는 청사진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크레이터에서 영감을 얻어 향후 XRT 모델에 실제적인 오프로드 기술과 파격적인 실내 디자인 요소를 접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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