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앞세운 중국차, 유럽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사진=BYD 중국 브랜드들이 유럽 시장 점유율을 역대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한국차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관세 장벽을 피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 집중하는 중국의 전략이 유럽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차, 점유율 7.4% 돌파… 기아를 넘어서다 지난 9월, 유럽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의 판매 실적이 심상치 않다. BYD, MG 등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7.4%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브랜드로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강력한 상승세는 단순한 깜짝 실적이 아니다. 이들은 기존 아시아 제조사인 기아(Kia)의 개별 점유율을 넘어섰다. 기아의 9월 유럽 점유율은 4.0%였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7.9%)과도 불과 0.5%p 차이다. 중국차의 유럽 시장 침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구 기관 데이터포스의 분석가들은 "이 강력한 모멘텀은 더 광범위한 변화를 예고한다"고 진단했다.
하이브리드 앞세운 중국차, 유럽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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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중국차의 '유럽 침투 전초기지' 유럽 내에서도 영국이 중국차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9월 유럽에서 팔린 모든 중국차의 거의 50%가 영국에서 소비되었다.
영국 시장은 중국 브랜드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이다. 영국의 자동차 수입세는 10%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산 순수 전기차(BEV)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세금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BYD는 영국에서 판매량이 전월 대비 6배나 폭증했다.
이처럼 영국 시장은 중국차의 유럽 진출을 위한 핵심 교두보 역할을 한다. 중국 브랜드들은 딜러들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45% 관세 피한 '하이브리드 베팅' 전략 성공 중국차의 무서운 기세 뒤에는 교묘한 '관세 회피 전략'이 숨어 있다.
EU는 현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45%에 달하는 강력한 추가 관세(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순수 전기차는 높은 관세 장벽에 부딪힌 것이다.
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일반 하이브리드차는 다르다. 이들은 현재 추가 관세의 대상이 아니다. 중국산 PHEV는 단지 10%의 기본 관세만 내고 유럽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중국차는 이 관세 틈새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중국 브랜드들은 저렴한 배터리 기술력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들은 운영 비용이 저렴한 PHEV에 공격적으로 베팅했다.
그 결과, 지난달 유럽의 PHEV 판매량은 62% 급증했다. 중국 브랜드는 9월 유럽 PHEV 부문에서 2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는 한 달 만에 7%p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이브리드 앞세운 중국차, 유럽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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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차, HEV와 신규 EV로 '투트랙 방어' 중국차의 공세에 맞서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투트랙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9월 유럽 시장에서 합산 7.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비록 전체 시장 성장률(10.7%)에 미치지 못해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HEV 시장의 강자: 현대차의 투싼과 기아의 스포티지가 판매를 이끌었다. 특히 투싼 판매량의 절반 이상은 하이브리드(HEV) 모델이었다. HEV 시장의 안정적인 기반이 현대차그룹의 방패 역할을 한다.
△ 신규 EV의 안착: 기아의 신형 전기차 EV3는 6천 대 이상이 팔리며 유럽 시장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현대차의 소형 전기차 인스터도 판매에 기여했다. 신규 EV를 앞세워 상품성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유럽 내 자동차 제조사 순위에서 4위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유럽은 현재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미국은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를 철회하는 등 정책 불안정성을 보였다. 이는 전기차 투자 감소로 이어져 중국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국의 '관세 틈새' 전략과 유럽의 '보호무역' 시도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탄탄한 HEV와 공격적인 EV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