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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콰트로부터 전동화 미래까지, 아우디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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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콰트로부터 전동화 미래까지, 아우디를 읽다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8-26 10:43

아우디 A6 e-트론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A6 e-트론 사진=아우디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

이 짧은 슬로건은 아우디의 정체성을 가장 잘 압축한다. 그저 빠른 차, 고급스러운 차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마다 기술 혁신을 선도하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의해온 여정을 담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사륜구동, 알루미늄 차체, 디젤 직분사, 그리고 이제 전동화와 디지털화에 이르기까지 아우디의 발자취는 늘 ‘앞서 나가는 기술’을 중심에 두어왔다.

네 개의 링, 그리고 브랜드의 뿌리

아우디의 로고에 새겨진 네 개의 링은 1932년 독일 자동차 산업 재편의 산물이다. 당시 아우디, 호르히, 반더러, DKW 네 브랜드가 합병해 아우토 유니온(Auto Union)을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전쟁과 경제 위기 속에서 아우디는 해체와 부활을 거듭했으며, 1960년대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 편입되며 본격적으로 재건의 길에 올랐다.

1970년대, 아우디는 자신들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킬 무기를 꺼내 들었다. 바로 콰트로(quattro)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이때부터가 본격적인 아우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아우디 콰트로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기술이었다. 랠리 무대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사륜구동이 단순한 험로 주행 보조가 아닌, 고성능 주행 기술임을 입증했다. 이후 콰트로는 아우디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아우디 100 CS 모델이 카이폴라 스키 점프대를 오르는 장면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100 CS 모델이 카이폴라 스키 점프대를 오르는 장면 사진=아우디

‘기술을 통한 진보’의 상징들

아우디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한 배경에는 끊임없는 혁신이 있었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ASF). 1994년 A8에 최초 적용된 이 구조는 경량화와 강성을 동시에 확보해 프리미엄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디젤 직분사 기술(TDI)도 아우디의 걸작 중 하나다. 효율성과 성능을 결합한 디젤 엔진으로, 한동안 유럽 시장을 지배했다. LED 헤드라이트는 가장 현대적인 아우디를 나타낸다. 2000년대 중반 아우디는 세계 최초로 LED 주간주행등을 양산차에 도입하며, ‘빛의 기술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브랜드 철학을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아우디는 언제나 “자동차의 진보는 곧 기술의 진보”라는 명제를 실현하려 했다.

아우디의 현주소 – 도전과 균형의 시대

2020년대 들어 아우디는 ‘전동화’라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2021년 “2026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2024년 이후 경기 침체, 충전 인프라의 한계,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겹치며 아우디는 전략을 다소 수정했다. 당초 일방적인 EV 전환에서 벗어나,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병행을 선택한 것이다.

이 같은 유연성은 아우디가 직면한 현실을 반영한다. 여전히 글로벌 판매의 대부분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나오며, EV의 성장은 빠르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럽과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EV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아우디는 “속도보다 균형”을 택했다.

폭스바겐그룹의 PPE 플랫폼 사진=폭스바겐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그룹의 PPE 플랫폼 사진=폭스바겐그룹

PPE 플랫폼과 A6 e-트론 – 미래의 시험대

아우디 전동화 전략의 중심에는 PPE(Premium Platform Electric) 플랫폼이 있다. 포르쉐와 공동 개발한 이 아키텍처는 프리미엄 EV의 요구를 충족하도록 설계됐다. 800V 고전압 시스템, 최대 270kW 초고속 충전, 대형 배터리 패키지, 그리고 유연한 차체 비율 적용이 가능하다.

A6 e-트론은 PPE 플랫폼을 적용한 핵심 세단으로, 브랜드의 전동화 비전을 가장 잘 보여준다. 0.21Cd라는 공기저항계수는 아우디 역사상 최저치이며, 100kWh급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최대 750km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한다. 고성능 모델인 S6 e-트론은 370kW(약 500마력)가 넘는 출력으로, 0→100km/h 가속을 3.9초 만에 끝낼 수 있다. 효율만 강조한 EV가 아니라, 아우디 특유의 ‘퍼포먼스와 효율의 결합’을 보여주는 예시다.

생산 거점 확장과 글로벌 전략

아우디는 EV 전환을 단순히 차종 개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생산 체계 전환과 맞물려 진행하고 있다. 독일 잉골슈타트는 PPE 플랫폼 기반 전기차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고, 중국 창춘에는 연간 15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이 2024년 말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은 아우디에게 여전히 가장 중요한 단일 시장으로, 현지 합작사 FAW와 함께 전기차 라인업을 현지화하는 동시에, SAIC와 협력해 중국 전용 EV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중국 고객 특유의 디지털 서비스 요구와 가격 경쟁력을 고려한 전략적 포석이다.

판매 실적과 시장 반응

아우디의 전기차 라인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2025년 1분기, 아우디는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전체 매출은 12% 이상 상승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 매출 둔화를 EV 판매 성장으로 상쇄한 셈이다.

다만, 경쟁사 대비 라인업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EQ 브랜드를 통해 세단부터 SUV, 고성능 AMG 모델까지 전방위 확장을 시도하는 반면, 아우디는 PPE와 MEB 플랫폼 기반 모델에 집중해 속도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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