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우디코리아가 마련한 아우디 A6 e-트론 소규모 시승 행사에 다녀왔다. 시승 코스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본사에서 출발해 리조트 ‘성문안’까지 왕복하는 약 250km 구간이다. 국내에 출시된 네 가지 트림 중 기자가 탑승한 모델은 최상위 사양인 퍼포먼스 S-라인 블랙에디션(Performance S-line Black Edition)이다.
전기차 시장은 SUV와 크로스오버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지만, 아우디는 A6 e-트론을 통해 세단형 전기차라는 틈새를 공략한다. 배터리가 차체 하부에 배치되는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상 대부분 제조사들은 SUV 비율을 선호하는데, 아우디는 전통적인 세단 비례와 전동화 기술을 결합한 전략을 택했다. 경쟁 모델이라고 하면 BMW i5, 메르세데스-벤츠 EQE 정도가 될 수 있다. 넓게 본다면 아이오닉 6까지 포함할 수 있다.
시승한 퍼포먼스 S-라인 블랙에디션은 한눈에 고급감과 스포티함을 모두 담아낸다. 블랙 하이그로시 디테일, 전용 범퍼와 디퓨저, 블랙 배지, 그리고 S-라인 전용 휠은 강렬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루프라인은 전통적인 아우디 세단과 비슷하지만, 리어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스포트백 스타일을 적용해 공력 효율과 미학을 모두 잡았다. 스포트백은 적재용이성에서도 이점을 갖는다.
차체 비율은 전기차의 단점으로 꼽히는 ‘높은 실루엣’을 잘 억제했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세단 고유의 날렵한 인상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공기역학을 고려한 매끄러운 바디 라인은 고속 주행 안정성에도 기여하는 요소다. 공력성능은 역대 아우디 중에 가장 우수한 0.21cd. 옵션인 디지털미러까지 포함했을 때 수치다.
시승 코스는 크게 고속도로, 도심, 지방국도(B-로드) 세 구간으로 나뉘었다. 먼저 고속도로에서는 낮은 전고와 차체 밸런스 덕에 안정감 있는 주행 성능이 돋보였다.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전달되는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과 에어서스펜션 세팅은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자세를 유지했다. 주행 소음 억제 성능 또한 우수해 바람소리만 잔잔히 들릴 뿐, 차 안은 정숙했다.
도심 구간에서는 전비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부드럽게 작동하며 감속 충격을 최소화한 거 같았고 저속에서도 페달 반응성이 매끄럽게 세팅돼 혼잡한 시내 주행에서도 피로감이 적었다. 강조되는 부분은 주행가능거리와 충전 속도다. 제원상으로는 469km. 공인전비는 4.5km/kWh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상, 하행)5.1, 5.7km/kWh까지 달성했다. 거기에 충전속도는 5분만에 200km를 달성한다고 하니 충전 걱정은 좀 가신다.
지방국도에서는 핸들링과 코너링 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속 커브 구간에서 차체 롤을 거의 느낄 수 없고,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 또한 빠르고 정확하다.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거동을 보여준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서스펜션의 높낮이도 달라지고 가속 반응이 한층 즉각적으로 바뀌며 운전 재미를 살려준다.
A6 e-트론의 또 다른 강점은 에어서스펜션이 만들어내는 주행 감각이다. 일반 노면에서는 충격을 매끄럽게 걸러내며 안락함을 제공하고, 고속에서는 단단하게 차체를 잡아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의 균형을 세밀하게 잡아낸 점이 돋보인다.
실내는 한층 깔끔해진 디자인을 채택했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12.5인치 디지털 계기판, 14.5인치 중앙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10.5인치 하단 터치스크린이 나란히 배치됐다. 세 화면을 일체형으로 연결하지 않고 분리한 점이 오히려 독창적이다. 사용자 경험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반응 속도 역시 즉각적이다. 여기에 큼직하게 적용된, 넓은 면적을 차지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인상적이다.
[육기자의 으랏차차] 세단형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 아우디 A6 e-트론
이미지 확대보기아우디 A6 e-트론 퍼포먼스 S-라인 블랙에디션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