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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고차 가격, 바닥 찍고 ‘재정렬’…EV는 살아나고 HEV는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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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고차 가격, 바닥 찍고 ‘재정렬’…EV는 살아나고 HEV는 주춤

H1 집계로는 약보합이지만, 7월 SUV·특정 차종 ‘강세’…구매 포인트가 달라졌다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8-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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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고차 시장이 팬데믹 이후 이어지던 하락 흐름에서 벗어나 올 들어 혼조를 거쳐 국지적 반등 국면으로 재정렬되고 있다. 상반기 평균 시세는 소폭 하락했지만 전기차(EV)는 유일하게 상승 전환했고, 7월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강세가 관측됐다. 신차 가격 부담과 즉시 출고 수요가 맞물리며 ‘싼 매물만 기다리기’ 전략이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상반기 약보합, 체감은 양극화…패밀리 SUV 신차 수준 회복

올해 1~7월 평균 시세는 1939만 원에서 1853만 원으로 4.4% 내려갔다. 유종별로는 EV가 0.8% 오르며 플러스 전환한 반면, 가솔린은 4.9%, 디젤은 4.1%, LPG는 4.6% 각각 하락했다. 특히 하이브리드(HEV)는 5.7% 떨어져 일반적인 월평균 감가 폭(±1% 내외)을 웃도는 조정을 보였다. 7월 월간 스냅샷에서는 국산·수입 합산 기준 약보합(-0.36%)을 기록했지만, SUV 수요가 견조해 일부 인기 차종은 네 달 연속 상승하는 등 평균과 체감 시장의 괴리가 확인됐다. 예컨대 패밀리형 대형 SUV의 시세는 성수기 수요를 타고 신차에 근접한 수준으로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수요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환경에서 합리적 소비 성향이 강화된 가운데, 신차 대비 가격 경쟁력과 ‘대기 없는 출고’가 중고차 구매의 두 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소비자 조사에서는 신차보다 중고차를 우선 고려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7명 수준으로 나타났고, 그 이유로 가격 부담 완화, 선택 폭 확대, 단종 모델 접근성, 즉시 출고 등이 꼽혔다.

EV는 캐즘 돌파, HEV는 선별 접근…SUV 성수기 프리미엄

세그먼트별로는 흐름이 더 뚜렷하다. EV는 2024년의 급락세를 지나 2025년 상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소형 전기 SUV(볼트 EUV, 코란도 이모션, 캐스퍼 일렉트릭 등)가 회복을 견인했고, 업계에선 초기 수용층과 대중 확산 사이의 ‘캐즘’을 통과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모델별 편차가 커 배터리 보증 잔여기간과 교체·수리 이력, 급속충전 속도, 감가 이력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반면 HEV는 구형·고주행 물량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컸다. 신형 라인업 확대와 중·대형 HEV의 신차 대체재 효과 약화가 겹치며 상대적 약세가 두드러진 만큼, 잔존가치 대비 유지비를 세밀하게 따져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평균 지표만으로는 현실을 놓치기 쉽다. 여름 휴가철에는 SUV와 패밀리카에 수요가 집중돼 지역·차급별로 시세가 들쭉날쭉해진다. 이 시기에는 협상 여지가 줄어드는 만큼, 급하지 않다면 성수기 이후로 구매를 분산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동시에 신차 가격 상승은 중고 시장으로의 수요 유입을 지속시키고 있어 ‘준신차급’ 인기 트림은 매물 희소성으로 프리미엄이 붙는 현상도 이어질 수 있다.

유종별 필수 점검 항목과 데이터 기반 협상 전략

실무 관점의 점검 포인트도 달라졌다. EV는 고전압 배터리와 구동계 보증 범위, 모듈 교체 이력, OTA 업데이트 적용 여부를 우선 확인해야 하며, 실제 급속충전 20→80% 소요 시간과 저잔량 상태의 냉난방 성능을 체감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HEV는 배터리 냉각과 인버터, 회생제동 소음, 엔진·모터 전환 시 진동 여부를 점검 항목에 올려야 한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디젤은 DPF·EGR 관리 상태, LPG는 연료펌프와 밸브 마모, 가솔린 터보는 냉간 시동 및 부하 가속 시 비정상 음 여부가 흥정의 근거가 된다.

시장 정보의 접근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엔카, 케이카, KB차차차 등 주요 플랫폼의 월간 리포트와 거래 데이터는 차급·연식·유종별 미시 흐름을 확인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할 만하다. 평균 시세가 보합이어도 SUV·경차·핵심 인기 차종은 강세로 움직일 수 있는 만큼, 복수 플랫폼 자료를 교차 검증해 지역·모델·주행거리 조건이 유사한 매물을 기준 삼아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현재 국면의 최적 해법으로 제시된다.

결국, 관건은 ‘언제 무엇을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의 차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다. 시장은 바닥을 찍고 재정렬 단계에 들어섰고, EV는 회복, HEV는 조정이라는 큰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정보의 깊이와 타이밍, 점검의 완성도가 체감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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