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나연진 앵커가 지난 7일 '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 차량 시승 리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병주 PD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간 '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와 함께 수도권 도심과 외곽 도로를 약 200km 달렸다. 시승차의 강렬한 레드 컬러는 여름 햇살 아래서 금속이 달아오른 듯 반짝였고 루프를 열면 해방감이, 닫으면 단단한 쿠페 실루엣이 드러났다. 첫인상부터 '고성능 오픈톱'의 매력을 숨기지 않았다.
차 앞에 서면 AMG 시그니처 디테일이 시선을 단숨에 붙잡는다. 넓은 휠 아치 속 20인치 AMG 'Y' 스포크 휠, 레드 브레이크 캘리퍼, 전면부를 장악한 AMG 라디에이터 그릴, 크게 벌어진 공기흡입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블랙 소프트톱은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차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시동 전부터 주변의 시선이 차 위로 모였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3.0리터 직렬 6기통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이 낮게 울린다. 배기음은 과격하지 않지만 묵직한 중저음이 귀를 감싼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449마력, 57.1kg·m의 토크가 부드럽게 터져 나온다. 출력이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고르게 뻗어나가 도심의 짧은 직선에서도 흔들림 없이 속도를 올린다.
[나연진의 나탔수] AMG의 질주 본능과 여유, CLE 53 카브리올레와 3일간의 여름
이미지 확대보기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 후면부. 사진=나연진 기자
서스펜션은 AMG답게 단단하지만 불필요하게 튀지 않는다. 고속도로 램프 구간에선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긴 휠베이스에도 날렵한 코너링을 만들어낸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고 직관적이며 입력과 반응이 거의 동시에 이뤄져 안정감이 뛰어나다.
도심에서는 의외로 부드럽다. 자동 변속기가 출력을 매만지듯 제어해 저속에서는 폭발적인 토크를 감추고 교차로를 빠져나올 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즉시 본성을 드러낸다. 신호 대기 중에도 아이들링의 미세한 진동만 전해져 긴장감과 편안함이 공존한다. 신호 대기 중에 디스플레이에 전방 카메라가 비춘 횡단보도와 주변 환경을 보여주는데 화질과 시야 확보성이 지금까지 타본 차 중 최고 수준이었다.
[나연진의 나탔수] AMG의 질주 본능과 여유, CLE 53 카브리올레와 3일간의 여름
이미지 확대보기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 전면부. 사진=나연진 기자
외곽 도로로 나와 루프를 열면 53 카브리올레의 진짜 매력이 드러난다. 에어캡과 에어스카프가 바람을 뒤로 흐르게 하고 목 뒤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어 오픈 주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어 하늘은 더 넓게, 도로는 더 가깝게 다가온다.
실내는 AMG만의 감성과 첨단 기능이 조화를 이룬다. 붉은 스티칭이 들어간 가죽 시트는 측면 지지력이 뛰어나며 장시간 주행에도 허리를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여름에도 시트 표면이 뜨겁게 달궈지지 않는 특수 가공 덕분에 한낮에도 쾌적함이 유지된다고 하는데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계기판은 12.3인치 풀 디지털, 중앙에는 11.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자리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주차 보조 시스템과 360도 카메라 화질이 우수해 차체 크기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는 고성능 쿠페의 단단함과 오픈톱의 자유로움을 모두 품었다. 도심에서는 부드럽고 여유 있게, 외곽에서는 힘차고 안정적으로 달린다. 스포츠카의 과격함이 아닌 절제된 힘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주행 질감이 인상적이다.
[나연진의 나탔수] AMG의 질주 본능과 여유, CLE 53 카브리올레와 3일간의 여름
이미지 확대보기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 측면부 및 오픈톱 개폐 모습. 사진=나연진 기자
2박 3일간 루프를 열고 달릴 때의 해방감과 닫았을 때의 포근함 사이를 오가는 리듬은 운전을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어줬다. AMG 배지와 고성능 수치가 주는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이빙을 제공한다는 점이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의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