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미국에서 생산한 일부 차량을 일본 내수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협정으로 안전 인증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29일(현지 시각) 오토블로그에 따르면,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최근 일본 히타에서 열린 레이싱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일본 내수 시장에는 없는 미국 생산 모델이 많다"며 판매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토요타는 4Runner SUV, 렉서스 차량 등 일부 인기 모델을 일본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다. 반면, 캠리 세단, 하이랜더 SUV, 타코마 및 툰드라 픽업트럭 등 주요 모델은 미국에서 생산하지만 일본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그동안 미국산 차량이 일본에서 판매되기 어려웠던 주된 이유는 다른 안전 인증 규칙 때문이었다. 일본 시장 차량은 미국 시장 차량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했고, 이는 제조업체에 설계 변경 및 조정을 요구하는 복잡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일 무역 협정으로 이러한 비관세 장벽이 크게 완화됐다. 일본은 수입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 외에도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에 대한 안전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합의했다.
아키오 회장은 "우리는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할 것"이라며 이번 협정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토요타는 미일 무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토요타는 미일 무역 협정 발표 후에도 "공정하고 개방적인 무역을 바탕으로 관세를 추가로 인하하는 등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더 낮은 관세를 요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번 협정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정책 위원회(AAPC)는 지난 7월 23일, 트럼프 행정부와 일본 간의 합의가 미국 '빅 3' 자동차 제조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산 엔진, 기어박스 등 부품이 포함된 차량에 대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것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불균형을 비판했다.
AAPC 회장 맷 블런트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일 협정의 세부 사항을 검토해야 하지만, 미국 함량이 높은 북미산 차량보다 미국 함량이 거의 없는 일본 수입품에 대해 더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거래는 미국 산업과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나쁜 거래"라고 밝혔다.
사실 '역수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혼다는 미국 오하이오주 메리스빌 공장에서 생산된 어코드를 일본 내수 시장에 판매한 전례가 있다. 심지어 2016년부터 2022년까지는 메리스빌의 PMC(Performance Manufacturing Center)에서 일본으로 수출할 2세대 NSX 슈퍼카를 생산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팔리지만 일본에서는 팔리지 않는 일본 제조업체 차량도 많다. 토요타 4Runner가 대표적이다. 일본 타하라 공장에서 제작되지만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만약 토요타가 4Runner를 일본에서 판매한다면, 차량 크기 제한으로 인한 높은 세금과 수수료라는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