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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시장 '제로 마일리지 폭탄' 마침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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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시장 '제로 마일리지 폭탄' 마침내 터졌다

네타·지커, 판매량 부풀리기 눈속임.. 6만 대 이상 허위 등록
투자 유치·생존 위한 몸부림.. 중국 정부·언론 마침내 칼 빼들어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7-21 08:58

사진=네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네타
중국 전기차 시장의 피가 튀는 경쟁 속에서 일부 브랜드들이 판매량을 부풀리는 꼼수를 부렸다는 '폭탄급 의혹'이 제기됐다. 20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문건과 딜러, 구매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네타(Neta)와 지커(Zeekr)가 공격적인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실제 판매되지 않은 차량을 미리 등록하는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네타는 6만 대가 넘는 차량에 대해 이 같은 방식으로 판매량을 부풀린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관행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다.

구매자 몰래 '선(先) 보험 가입'.. 숫자 눈속임


문건과 딜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차량이 실제 구매자에게 판매되기 전에 미리 보험에 가입시켰다. 중국 자동차 등록 관행상 보험 가입은 곧 판매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통해 월별 및 분기별 판매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이 확인한 네타의 딜러 발송 기록 사본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이 방식으로 최소 6만4719대 차량이 조기 판매로 등록됐다. 이는 해당 15개월간 네타가 보고한 총 판매량 11만7000대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네타의 이러한 '판매량 부풀리기' 시도는 이전에는 전혀 보고된 바 없었다.

지리(Geely)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 역시 같은 수법을 사용했다. 로이터 통신이 확보한 딜러, 구매자 증언 및 판매 영수증에 따르면, 지커는 국영 딜러인 샤먼 C&D 자동차를 통해 샤먼 지역에서 조기 판매를 등록했다.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의 그림자.. 왜 이런 편법을?


분석가와 투자자들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과를 측정하고 재고 수준을 추정할 때 두 가지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산업 협회에 보고하는 도매 수치는 제조사에서 딜러로의 판매량을 나타내고, 의무 교통 보험 등록 기록에서 집계된 소매 데이터는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된 양을 보여준다.

그런데 구매자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판매로 등록된 차량은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마일리지 제로 중고차'라고 불린다. 이러한 관행은 만성적인 과잉 생산 능력으로 인한 수년간의 잔혹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치열한 판매 경쟁의 산물이다. 결국 판매량을 부풀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살인적인 경쟁 환경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고,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수치로 보이는 '판매량'은 외부에서 기업의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판매량이 높으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기업으로 비치고, 새로운 자금을 유치하거나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목표 달성이라는 압박 속에서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보상을 받을 기회가 되기도 한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압박이 이런 편법으로 이어진 셈이다.

중국 쑤저우의 지커 배송 센터. 사진=지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쑤저우의 지커 배송 센터. 사진=지커


정부와 언론의 칼날.. 본격 단속 예고


이러한 편법 판매 관행은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문제로 떠올랐다. 국영 언론은 '제로 마일리지' 자동차 관행을 지적하기 시작했고, 중국 내각은 '비합리적인' 경쟁을 규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중앙 정부 기관들도 업계 최대 기업들과 회의를 개최하며 이러한 방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점점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토요일,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CAAM)가 운영하는 간행물은 산업부가 판매로 등록된 후 6개월 이내에 차량 재판매를 금지함으로써 이러한 관행을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호한 움직임이다.

지커, 관영 언론에 '실명 거론'.. 파장 예고


더욱이 토요일, 중국 관영 언론은 지커가 판매량을 부풀리기 위해 이미 보험에 가입된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단속에 대해 더욱 진지해지고 있다는 신호이며, 특정 자동차 제조업체가 실명으로 거론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국영 금융 간행물 중 하나인 차이나 증권 저널(China Securities Journal)은 광저우와 충칭의 지커 자동차 구매자들을 인터뷰했는데, 이들의 차량이 판매되기 전에 이미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속았다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환불을 거부당했다고 증언했다.

이 신문은 지난 12월 선전과 샤먼 시에서 지커의 이례적으로 높은 매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샤먼의 보험 등록 기록에 따르면 해당 월의 판매량이 월평균의 14배가 넘는 2737건으로 급증했다. 차이나 증권 저널은 네타 매출에서도 이상 징후를 발견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로이터 통신은 네타가 어떻게 매출을 부풀렸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처음으로 보도하고 있다.

네타의 모회사인 저장 호존 뉴 에너지 오토모빌(Zhejiang Hozon New Energy Automobile)과 샤먼 C&D는 로이터 통신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지리 자동차 대변인은 "지리 자동차는 차이나 증권 저널이 제시한 보고서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 조사 결과에 대한 논평이나 추가 세부 정보 제공은 거부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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