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닛산이 사업 재건을 위해 추가로 1만 명의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판매량 기준 세계 10위권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인 닛산은 이날 오후 사상 최대 규모인 약 50억 달러(약 7조원)의 연간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은 이미 지난해 11월 9000 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 추가 감원을 통해 전체 직원 수를 약 15% 감축할 예정이다. 이는 닛산이 현재 직면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많은 경쟁업체와 마찬가지로 닛산 역시 중국 전기차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와 미국의 무역 관세로 인해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차량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은 닛산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닛산은 올해 초 일본 경쟁사인 혼다와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혼다가 닛산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이는 닛산에게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했으며, 자체적인 구조조정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닛산은 2024-25 회계연도에 7000억~7500억 엔(약 6조7000억~7조1700억원)에 달하는 연간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실적 전망을 발표했다. 이는 이전 최대 연간 순손실이었던 1999-2000년의 6840억 엔(약 6조540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로, 당시 닛산은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와의 불안정한 협력 관계 속에서 금융 위기를 겪었다.
닛산은 2018년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체포, 그리고 그의 극적인 일본 탈출 등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겪으며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기도 했다. 지난해 주가가 40% 가까이 폭락하는 등 시장의 신뢰 또한 하락한 상황에서, 닛산은 지난 3월 새로운 CEO를 임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이미 닛산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했으며, 무디스는 닛산의 "수익성이 약하고 모델 포트폴리오가 노후화되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닛산은 최근 일본 남부에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어려운 '경영 환경'을 이유로 보류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 요시다 타츠오는 화요일 실적 보고서를 앞두고 닛산이 일본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 중 미국의 관세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닛산의 고객층이 역사적으로 경쟁사보다 가격에 더 민감했으며, 따라서 "토요타나 혼다와 같은 수준으로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면 판매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