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GM 팍터리 ZERO, 디트로이트-헴트램크 어셈블리 센터. 사진=제너럴 모터스(G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책사들이 중국과 극적 무역 합의를 발표하자, 디트로이트 빅 3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투자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외신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언행으로 인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지만,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주말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미국과 중국 대표단의 무역 회담은 당초 합의 없이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요일 저녁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과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발표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현지시각 월요일(12일),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기존 125%에서 10%로 대폭 인하하는 내용의 합의가 공식 발표되었다. 미국 역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기준 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지만, 중국에서 미국으로 밀수되는 펜타닐에 대해서는 20%의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양국 모두에게 90일간 일시적인 조치로, 이 기간 동안 최종 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국내 판매가 오히려 증가했다며 공개적으로 환영했던 디트로이트의 빅 3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번 합의 소식에 투자자들과 함께 환호하는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디트로이트의 상징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모두 순수한 미국 기업은 아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는 명실상부한 미국의 대표 브랜드이지만, 스텔란티스(과거 크라이슬러, 닷지)는 프랑스 거대 자동차 그룹 소유다.
그러나 포드는 전 세계 어떤 브랜드보다 미국 내 생산량이 가장 많은 기업이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포드는 두 번째로 많은 생산량을 기록한 경쟁사보다 30만 대나 더 많은 차량을 미국에서 생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압도적인 국내 생산량은 월요일 포드 주가 상승에 긍정 영향을 미쳤다.
이번 합의 발표 직후, 스텔란티스 주가는 월요일 이른 아침 거래에서 8% 이상 급등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스텔란티스가 빅 3 중 수입 관세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제너럴 모터스는 비교적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마지막 확인 시점에 약 5% 상승했다. 포드는 활발한 국내 생산에 힘입어 마지막 확인 시점에 3.5%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몇 주 동안 디트로이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125%라는 엄청난 관세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 4월, 포드는 내부 유출된 메모를 통해 수입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차량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포드는 올해 실적 전망치를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포드가 일부 모델, 즉 머스탱 마하-E 전기 SUV, 매버릭 픽업트럭, 브론코 스포츠 SUV의 가격을 관세 영향으로 최대 2000달러(약 280만원)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공지를 발표했다. 제너럴 모터스 역시 올해 실적 전망을 철회하고 40억 달러(약 5조67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GM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폴 제이콥슨은 "원래 지침에는 관세 영향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 지침을 신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관세 환경에 대비하며 몸을 움츠렸던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계는 이번 극적인 관세 인하 합의를 통해 불확실성을 다소 해소하고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합의가 일시적인 조치인 만큼, 향후 90일 동안 진행될 최종 협상 결과에 따라 자동차 업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