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통념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술력, 시장성, 그리고 제조사의 전략까지 고려하면 하이브리드는 단순한 중간 단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독자 노선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인프라 한계 등으로 하이브리드 기술의 실용성과 경쟁력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는 오히려 전기차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에 비해 충전 스트레스가 없고, 내연기관 기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연비와 배출가스 저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9km/L에 달한다. 전기차 대비 유지·운용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실수요층의 선택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제동, 전자식 파워트레인 제어, 스마트 에너지 매니지먼트 기술 등은 하이브리드에서 먼저 구현됐고, 이후 전기차로 확산된 사례가 많다"며 "하이브리드는 기술 진화의 실험장이자 선도자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시장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24년 기준 전체 차량 등록 중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33.2%로 가장 높았다. 휘발유차(30.6%)와 전기차(15.3%)를 앞질렀다. 한국 역시 2024년 한 해 동안 하이브리드 승용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6.7% 증가했지만, 전기차는 19.8% 감소해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략도 바뀌고 있다. 포드는 F-150 EV 생산을 줄이는 대신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제네시스 브랜드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맥라렌 등은 전기모터의 특성을 활용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택하고 있다. 이처럼 하이브리드는 브랜드별로 전략 상품군의 핵심 동력원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는 단기 기술이 아닌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융합한 하나의 독립된 해법"이라며 "장거리 운행, 인프라 부족, 가격 민감성을 고려한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하이브리드차는 SUV, 세단, 상용차 등 다양한 차종에 적용돼 시장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친환경성과 실용성, 기술적 완성도를 모두 겸비한 하이브리드는 더 이상 과도기 차량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의 한 축으로, 하이브리드의 독자적 진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