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포르쉐가 베이징에서 열린 오토 차이나 2024에서 차세대 타이칸의 중국 버전, 전기 자동차인 마칸을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포르쉐
수십 년간 고속 성장을 구가해 온 독일 명품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모터1에 따르면,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BMW는 2025년 1분기에 두 자릿수 판매량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에게 중국 시장의 냉혹하고 새로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미 2024년 한 해 동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이들 럭셔리 삼총사는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한 판매 부진에 직면하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포르쉐, 42% 급감 '충격'… 가치 중심 전략에도 역부족
특히 포르쉐의 상황은 심각하다. 2024년 중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28%나 급감한 5만6887대를 판매한 데 이어, 2025년 1분기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나 감소한 9471대에 그쳤다. 포르쉐 측은 이러한 부진 원인으로 "중국 시장의 지속적 긴장된 경제 상황과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가치 지향적 판매 집중"을 지적했다.
메르세데스-벤츠, 10% 감소 속 하반기 반전 '기대'
하지만 이러한 판매 부진은 포르쉐만의 문제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2024년 중국 시장에서 7% 감소한 68만3600대를 판매했으며, 2025년 1분기 판매량 또한 10% 감소한 15만2800대를 기록했다. 다만, 100만 위안(약 1억9000만원) 이상 가격대 차량에서는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라는 점과 하반기 신형 CLA 출시를 통해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시장 특성을 고려해 휠베이스를 늘린 현지 특화 모델(A-Class, C-Class, E-Class 롱 휠베이스)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감소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BMW, 17.2% 하락… 중국 제외 전 지역 성장과 대조
BMW 그룹 상황도 마찬가지로 좋지 않다. BMW와 미니의 2024년 중국 시장 인도량은 13.4% 감소한 71만5200대를 기록했으며, 2025년 1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욱 커져 17.2% 줄어든 15만5195대에 머물렀다. BMW 핵심 브랜드는 올해 1분기에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이 더욱 뼈아픈 부분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마찬가지로 BMW 역시 다양한 롱 휠베이스 세단과 SUV(X1, X3, X5) 파생 모델을 중국 시장에 특화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i3(중국 현지 생산 3시리즈 기반 전기 세단)를 중국에서만 판매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트럼프 관세에 휘청이는 독일 자동차, 중국 시장서 고군분투
이미지 확대보기아우디가 2024 광저우 오토쇼에서 중국 시장 진출 위한 핵심 신차를 공개했다. 사진=아우디
아우디, 1분기 실적 '미지수'… 치열한 경쟁 속 고전 예상
아우디는 아직 1분기 판매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2024년 중국과 홍콩 시장에서 10.9% 감소한 64만9900대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우디 측은 중국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판매 부진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토종 브랜드, 디자인·기술 급성장
이처럼 독일 명품 자동차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중국 현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빠른 성장이다. 과거 디자인과 기술 면에서 서구 브랜드에 뒤처졌던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오랜 역사와 명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여전히 강점이지만, 최신 기술과 디자인을 갖춘 중국산 고급차들은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의 그림자… 독일 자동차 '이중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독일 자동차 업계에 드리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유럽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독일 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독일은 대미 자동차 수출의 73%를 차지하는 핵심 국가이다.
ING 리서치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는 "자동차 관세는 최근 유럽이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와중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MW 회장 올리버 집세 역시 "과도한 관세 부과는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 게임에 승자는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독일 명품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자국 시장의 불안과 더불어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 그리고 미국의 잠재적인 고율 관세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기 자동차(EV) 시장으로 전환이 더딘 점 또한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은 배터리 원자재 접근성 우위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독일 업체들은 이러한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