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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도로 위를 흐르는 가장 아름다운 선율,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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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육기자의 으랏차차] 도로 위를 흐르는 가장 아름다운 선율,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

바람과 소리의 미학, 영국 신사의 야성미를 품은 오픈 에어링의 정수
오감을 자극하는 퍼포먼스를 만나다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1-21 09:05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오늘날 슈퍼카 시장은 자극적인 수치와 화려한 전자 장비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더 빠른 제로백과 더 높은 최고 속도를 뽐내는 차량들이 즐비하지만, 정작 운전자의 심장을 고동치게 만드는 '진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시승한 신형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는 마치 화려한 도심의 골목 끝에서 우연히 마주친 숨은 보석 같은 존재였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또 매우 낯설다.

첫인상은 절제된 아름다움의 극치다. 자극적인 직선보다는 우아한 곡선이 차체를 감싸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인 편안함과 동시에 범접할 수 없는 품격을 느끼게 한다. 근데, 타다보면 은근히 친근하고 편하다. 디자인은 실루엣만으로 존재감을 증명한다. 특히 지붕을 덮었을 때나 열었을 때 모두 완벽한 비례감을 유지하는 모습은 이 차가 설계 단계부터 얼마나 치밀하게 계산되었는지를 짐작게 한다.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함 속에 숨겨진 현대적인 감각은 이 차를 오래 곁에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을 보물처럼 느껴진다.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 숨겨져 있던 야성이 깨어난다. 새롭게 튜닝된 4.0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이 토해내는 배기음은 인위적인 전자음이 섞이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감동을 선사한다. 007이 대충 어떤 느낌이었는지 짐작케 해준다. 기존 모델보다 대폭 향상된 최고 출력 665마력과 81.6kg·m에 달하는 최대 토크는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운전자를 시트 깊숙이 밀어 넣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6초 만에 주파하는 가속력은 수치 이상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최근 유행하는 전기차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유기적인 기계 장치의 연결감과 거친 질감은 운전대를 잡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기술적 정교함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곳곳에 숨어 있다. 단 7초도 걸리지 않아 개폐되는 'Z-폴드' 소프트톱 메커니즘은 로드스터의 낭만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다. 소음 차단 능력 또한 탁월해 루프를 닫았을 때는 쿠페 못지않은 정숙성을 보여주며, 루프를 열었을 때는 공기의 흐름을 제어해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을 기분 좋은 자극으로 바꿔놓는다.

50:50에 가까운 완벽한 무게 배분과 빌스테인 DTX 어댑티브 댐퍼가 조화를 이룬 하체는 와인딩 로드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지붕이 없는 로드스터임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코너링에서 보여주는 차체 강성은 이 차가 단순한 오픈카를 넘어 진지한 스포츠카임을 입증한다.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밴티지 로드스터의 위치는 더욱 흥미롭다. 국내 출시 가격이 3억 원 초반대부터 시작하는 이 차량은 독보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기계적인 완벽함과 효율을 추구하는 포르쉐 911 터보 S 카브리올레가 차가운 이성을 자극한다면, 밴티지 로드스터는 뜨거운 감성을 건드린다. 화려하고 관능적인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가 화려한 드레스와 같다면, 애스턴마틴은 잘 재단된 맞춤 정장 같은 무게감을 준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모델들이 흔해진 도심에서 애스턴마틴이 주는 희소성과 브랜드가 지닌 특유의 품격은 남들과 다른 안목을 증명하고 싶은 이들에게 최고의 해답이 된다.

실내 인테리어 역시 이번 진화를 통해 '숨은 보석'다운 면모를 완성했다. 그동안 다소 보수적이었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고, 애스턴마틴이 자체 개발한 차세대 시스템을 이식했다. 최고급 가죽의 향기와 정교한 바느질은 유지하면서도 디지털의 편리함을 교묘하게 버무려냈다. 센터패시아에 자리 잡은 물리 버튼들은 직관적인 손맛을 유지하며 운전의 집중도를 높인다. 적재 공간의 한계나 연비 같은 실용적인 잣대를 들이대기엔 이 차가 선사하는 심리적 만족감의 크기가 너무나 압도적이다.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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