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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실종 시대?” 한국·미국 도로를 지배한 무채색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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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실종 시대?” 한국·미국 도로를 지배한 무채색의 힘

한국은 흰색 압도, 유채색 관심 증가…미국도 중립색 일색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1-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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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윙고 사진=르노
2025년 한국 신차 시장에서는 흰색 자동차의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색상 선호도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글로벌 도료업체 액솔타(Axalt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 약 76%가 흰색·회색·검정 등 무채색으로 도색됐고, 나머지 24%는 파랑·빨강 등의 유채색이었다. 한국의 유채색 비중 24%는 10년 전(2015년 20%)보다 높아진 수치로, 같은 기간 글로벌 평균이 24%에서 16%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소비자 사이에서 개성 있는 색 차량을 찾는 수요가 글로벌 추세와 반대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위 3가지 색상은 여전히 무채색 계열인 흰색(33%), 회색(26%), 검정(14%)으로 집계됐다. 액솔타 보고서에 따르면 파란색(10%), 빨간색(5%), 초록색(4%)이 그 뒤를 이으며 유채색 가운데 비교적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한때 국내 도로를 지배했던 은색 차량은 선호도가 꾸준히 하락해 이제는 비중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실제로 2008년 약 절반에 달했던 은색 차량의 점유율은 최근 10% 미만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회색은 검정을 제치고 2위로 부상하여 무채색 중에서도 회색의 인기가 상승세다.

미국 자동차 시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액솔타의 2025년 자동차 색상 보고서를 보면 미국 신규 차량 구매자들도 흰색(약 29%)을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검정(23%), 회색(22%)이 그 뒤를 이뤄 상위권을 모두 무채색이 차지했다. 은색은 약 7%로 집계되어 예전보다 주춤한 반면, 파란색은 6%로 가장 높은 유채색 비중을 기록하며 미국에서도 유채색 중에서는 파랑이 강세임을 보여줬다.

다만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유채색 차량 비율이 더 낮아서, 전체적으로 약 80% 이상이 무채색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한국의 무채색 비중(76%)보다 다소 높은 수치로, 한국이 미국보다 다양한 색을 시도하는 경향을 보이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파란색 차의 비율이 10%로 미국보다 높고, 반대로 검정차 비율은 미국이 한국보다 높아 선호도의 차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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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윙고 사진=르노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무채색 선호가 뚜렷한 이유로 실용성과 중고차 가치 등을 꼽는다. 중립적인 색상은 관리가 쉽고 유행을 덜 타며, 중고차 판매 시 감가상각이 적어 자산가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자동차를 재판매까지 염두에 두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 딜러들이 아예 “화려한 색상은 피하라”고 조언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국 사회에 뿌리깊은 ‘튀지 않는’ 문화와 과거부터 내려온 흰색 선호 경향도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있다. 실제로 한국은 예로부터 ‘백의민족’이라 불릴 만큼 흰색을 신성하고 깔끔한 색으로 여겨왔고, 이러한 전통이 자동차 색상 선택에도 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움직임도 뚜렷하다. 한국의 자동차 구매자들은 차량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자기 개성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과 전기차 등 새로운 차종의 등장으로 과감한 색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개인화와 스타일 중시 문화의 확산으로 파랑이나 빨강같은 강렬한 색상의 차량 선택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북미 지역에서는 파란색 신차 비중이 10%, 빨간색이 7%까지 상승하며 밋밋한 색 일색이던 도로 풍경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액솔타는 전했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컬러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에 ‘셀라돈 그레이 메탈릭’(청자빛 회색)과 ‘이오노스피어 그린 펄’(오로라 영감을 받은 녹색 펄) 등 독특한 신색상을 선보였고, 기아도 첫 픽업트럭 타스만에 ‘데님 블루’, ‘탠 베이지’ 등을 신규 색상으로 추가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북극의 오로라에서 따온 ‘트롬소 그린’을 비롯해 현재까지 총 36종의 외장색을 개발하는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색상 욕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 역시 각종 스페셜 에디션이나 맞춤형 주문을 통해 과감한 색상을 출시하며 컬러 다양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양국의 자동차 색상 선호도는 비슷하면서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흰색 사랑을 보여주는 한편 최근 유채색 부활을 이끌고 있고, 미국은 전통적인 무채색 강세 속에 서서히 색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2025년 현재 두 나라 모두 ‘흰색 천하’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 도로에는 점차 파랑이나 녹색 같은 다채로운 색감의 차량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자동차 색상이 단순한 도장색을 넘어 문화와 소비자 심리의 반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차량 색채 트렌드가 어떻게 진화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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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윙고 사진=르노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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