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시장은 태생적으로 특정 주행 경험을 선호하는 소수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틈새 영역에 해당한다. 그러나 2025년 미국 시장 성적표를 살펴보면 일부 모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판매량은 급감하며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포드 머스탱(Ford Mustang)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을 공고히 지켜냈다. 머스탱은 지난해 전년 대비 3.0% 증가한 4만5333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수성했다. 반면 머스탱의 영원한 라이벌인 쉐보레 콜벳(Chevrolet Corvette)은 지난 12개월 동안 판매량이 26.4%나 곤두박질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콜벳 판매 대수는 2만4533대에 그쳐 머스탱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닷지(Dodge)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3년 12월 2도어 챌린저를 단종시키고 신형 차저의 쿠페와 세단 버전으로 라인업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판매량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지난해 차저와 챌린저의 합산 판매량은 2024년 대비 80% 이상 급락한 9562대에 머물며 모델 교체기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반면 일본 브랜드들은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닛산 Z(Nissan Z)의 성장이 눈부셨다. 닛산 Z는 전년 대비 무려 73.4% 폭등한 5487대가 팔려나가며 토요타 수프라(Toyota Supra)보다 두 배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수프라 역시 판매량이 12.9% 증가하며 선전했지만, 닛산 Z의 기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경량 로드스터의 상징인 마즈다 MX-5 미아타 또한 7.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5년 판매량이 증가한 몇 안 되는 스포츠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폭스바겐의 인기 모델인 골프 GTI와 골프 R은 가격 상승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전했다. 지난해 골프 GTI와 골프 R의 판매량은 각각 24.4%, 20.9% 급감했다. 이는 급격한 가격 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관세 등의 영향으로 골프 R의 가격은 5만 달러(약 6500만 원) 선을 넘어섰으며, 골프 GTI 역시 약 3만6000달러로 책정되어 2020년 대비 6000달러나 비싸졌다. 대중적인 스포츠 주행을 지향하던 핫해치들이 더이상 저렴하지 않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스바루(Subaru)의 행보도 아쉬움을 남겼다. 스바루 WRX의 판매량은 지난해 41.1%나 폭락했다. 이는 스바루가 일본 군마 공장의 생산 우선순위를 세단인 WRX 대신 수요가 높은 포레스터와 포레스터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입문용 스포츠카인 BRZ 역시 별다른 사양 변경 없이 시작 가격을 1000달러가량 인상하면서 판매량이 13.8% 감소했다. BRZ의 연간 판매량은 2881대에 그쳤는데, 이는 형제 모델인 토요타 GR86 판매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25년 미국 스포츠카 시장은 한마디로 '양극화와 고비용'으로 요약된다. 포드 머스탱이 오랜 판매 하락세를 끊어내고 반등에 성공한 점은 고무적이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어둡다. 토요타 수프라와 기계적으로 동일한 BMW Z4가 판매량을 유지하며 현상 유지에 그친 사이, 대다수의 보급형 스포츠카들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결과적으로 신차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관세 등의 대외적인 요인은 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이 누려야 할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다. 한때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었던 BRZ, GR86, 골프 GTI 같은 모델들이 점차 고가 정책을 취하면서, 이제 스포츠카는 평범한 운전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 사치품의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