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결산] 숨 가빴던 2025년, 자동차 산업은 사건으로 움직였다
이미지 확대보기AI 제작 2025년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기술이 시장을 이끈 해가 아니었다. 전동화와 자율주행은 이미 진행 중이었고, 시장을 실제로 흔든 것은 정책·사고·가격·공급망 같은 사건이었다.
특히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바라본 2025년은, 글로벌 변화가 곧바로 가격·공장·일자리·소비 심리로 전이되는 구조가 분명해진 해였다. 기술은 배경이 되었고, 선택을 강요한 것은 사건이었다.
① 관세 발표, 한국 자동차의 ‘글로벌 포지션’을 흔들다
2025년 상반기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 적용 방침을 공식화하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전략 지도는 단숨에 뒤집혔다.
그동안 한국 자동차 산업은 ‘기술 경쟁력+글로벌 생산 분산’을 전제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관세 발표 이후 논의의 중심은 전기차 전환 시점이 아니라 “이 차를 한국에서 만들어도 되는가”로 이동했다.
실제로 일부 수출 주력 차종은 북미 현지 생산 전환이 검토됐고, 국내 공장의 가동률과 고용 문제까지 연쇄적으로 거론됐다. 2025년 한국 자동차 산업이 처음으로 기술이 아닌 정책 변수에 의해 방향을 수정한 해였다.
② 배터리 공급망 이슈, ‘전동화의 약한 고리’가 드러나다
전기차 시대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에서도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북미 지역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력 공백과 공정 지연은, 한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전동화 전략에 직접적인 경고음을 울렸다.
한국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업체는 기술과 투자에서는 앞서 있었지만, 현지 인력·노무·정치 리스크까지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했다. 이 사건 이후 업계에서는 “배터리는 공장을 짓는 산업이 아니라, 운영을 지속하는 산업”이라는 말이 공공연해졌다.
③ 자율주행, 한국 소비자가 먼저 느낀 ‘현실의 벽’
글로벌 시장에서는 로보택시와 자율주행 상용화 계획이 잇따라 발표됐지만, 한국 소비자의 시선은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해외 일부 도시에서 발생한 정전과 교통 인프라 마비 상황에서 무인 주행 차량들이 동시에 멈춰 서는 장면은 국내에서도 빠르게 전해졌다. 이 장면은 자율주행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 시스템의 문제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한국 시장에서는 이 사건 이후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보다 “책임은 누가 지는가”라는 질문이 먼저 등장했다.
④ 중국 전기차의 가격 공세, 한국 시장에도 체감되다
2025년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글로벌 확장은 한국 시장에도 분명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아직 본격적인 판매 이전 단계였음에도, 해외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기준’은 국내 소비자의 인식을 바꿨다.
“전기차는 비싸다”는 전제가 무너지자, 국산 전기차의 가격 정책은 즉각적인 비교 대상이 됐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조금만 기다리면 더 싸질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이는 실제 구매 지연으로 이어졌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는 아직 숫자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심리적 기준선을 바꾼 사건이었다.
⑤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 한국 소비자 신뢰를 흔들다
하반기 국내 시장에서는 전기차 대규모 할인과 보조금 조정이 동시에 나타났다. 신차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자, 이미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와 중고차 시장의 반발이 커졌다.
이 시점부터 한국 소비자의 질문은 명확히 달라졌다. “얼마나 멀리 가나”가 아니라 “지금 사면 손해 아닌가”가 먼저 나왔다.
이는 전기차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가격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었다. 2025년은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가 기술 상품에서 금융 상품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전환점이었다.
⑥ SDV와 OTA, 편의에서 ‘불안’으로 바뀐 인식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과 OTA 업데이트는 그동안 ‘편리한 진화’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25년을 거치며 한국 소비자의 인식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업데이트 이후 주행 감각이 달라졌다는 체감, 기능 변경에 대한 사전 설명 부족 등은 “차가 내가 모르는 사이 바뀐다”는 불안을 키웠다.
SDV는 여전히 미래의 핵심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기술 자체보다 설명 책임과 신뢰 관리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⑦ 하이브리드의 재부상, 한국 시장의 현실적 선택
2025년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것은 의외로 하이브리드였다. 전기차의 가격 변동성과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부담, 자율주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치며 소비자들은 ‘검증된 중간 해법’을 택했다.
하이브리드는 뒤로 물러난 기술이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로 재평가됐다. 이는 한국 시장이 글로벌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자기 속도를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사건이 남긴 질문, 한국 자동차의 다음 선택
2025년을 돌아보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세계의 중심에 있었지만, 동시에 외부 변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다. 관세, 공급망, 가격, 소비자 신뢰까지 모든 변화가 즉각적으로 국내 시장에 반영됐다.
2026년을 앞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질문은 분명해졌다.
기술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이 선택이 한국 시장과 소비자에게 지금 적절한가다.
2025년은 그 질문이 처음으로 집단적으로 제기된 해였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