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SUV는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맥라렌이 결국 고집을 꺾을 전망이다. 2022년 새 CEO 취임 이후 브랜드 내 새로운 전략 변화가 감지된 가운데, 맥라렌이 최근 글로벌 딜러들에게 5인승 하이브리드 SUV 모델을 비공개로 선보인 사실이 알려지며 첫 SUV 개발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2일 외신을 통해 맥라렌은 공식적으로 SUV 출시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딜러 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은 해당 모델이 포르쉐 카이엔 터보 E-하이브리드를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을 갖췄다고 전했다. 비공개 실물 모델은 세부 스펙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조각된 듯한 근육질 디자인”과 대형 24인치 휠이 특징으로 알려졌다.
내부 코드명 ‘P47’, 맥라렌의 첫 대형 모델 될까
맥라렌은 기존 양산 라인업에서 실명과 숫자 조합을 병용해왔으며, 이번 SUV는 내부적으로 ‘P47’이라는 코드명으로 불린다. 정식 차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과거 상표로 등록한 ‘Aeron’, ‘Aonic’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파워트레인이다. 맥라렌은 자사 하이퍼카 ‘W1’에 탑재되는 4.0리터 트윈터보 하이브리드 V8(MHP-8)을 SUV에도 기반 기술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W1에서는 시스템 출력이 1258마력, 최대토크 988lb-ft에 달하지만, SUV에서는 주행거리 확보 등을 위해 출력이 조정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경쟁 모델 대비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V8을 쓰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SE(789마력)와 비교해도 맥라렌은 충분한 성능 여력을 갖고 있어, 출시 시점에는 ‘가장 강력한 하이브리드 SUV’ 자리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카이엔보다 크다… “익스클루시브 SUV 시장에서도 존재감 분명”
맥라렌이 딜러들에게 공개한 클레이 모델은 포르쉐 카이엔 터보 GT보다 큰 차체와 유사한 비율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낮고 길게 뻗은 루프라인과 맥라렌 특유의 헤드램프 그래픽, 도어 주변의 깊은 스칼럽 구조가 특징적이다.
후면부는 기존 맥라렌 디자인과 다른 SUV 고유의 실루엣을 가지며, 얇은 리어램프와 대구경 듀얼 배기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실차 테스트 장면이 포착된 적은 없지만, 브랜드 디자인 언어와 성능 지향 성격을 결합한 형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맥라렌, 첫 SUV 개발 사실상 가시권… 하이브리드 V8 얹은 ‘P47 프로젝트’ 움직인다
출시 시기와 가격은 모두 미정이다.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은 포르쉐 카이엔 터보 E-하이브리드의 20만 달러(약 2억 7천만 원), 벤틀리 벤테이가 25만 달러, 람보르기니 우루스 SE의 약 27만 달러보다는 높고 페라리 푸로산게의 40만 달러보다는 아래인 약 30만 달러(약 4억 원) 전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만약 1000마력급에 근접한 고성능 버전이 등장한다면 가격은 페라리급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열 이상 모델이 등장한다”… 2028년 공개 유력
맥라렌의 닉 콜린스 신임 CEO는 최근 “두 좌석 이상을 가진 새로운 모델을 분명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SUV 개발 가능성에 더욱 불을 지폈다. 2023년 내부 문건에서는 2028년 신모델 출시 계획이 언급됐으며, 현재까지 흐름을 고려하면 이 일정이 SUV 데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맥라렌이 처음으로 선보일 SUV는 브랜드의 정체성인 ‘초경량·초고성능·핸들링 중심 철학’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쟁 브랜드가 이미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맥라렌이 어떤 차별점을 내세울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