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 NV가 그룹 해체 가능성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26일(현지 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프랑스 PSA 그룹의 합병으로 2021년 탄생한 이 거대 기업은 내부 갈등과 외부 위협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퇴임한 지 10개월이 지난 카를로스 타바레스 전 CEO가 이 충격적인 경고를 꺼냈다. 그는 새 책에서 그룹의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사업이 각자의 길을 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세 본거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압력을 더는 견디지 못할 경우에 벌어질 일이다.
타바레스는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사이 3자 균형이 깨질까 봐 걱정된다"고 프랑스에서 출판된 책에서 말했다. 그룹의 생존은 경영진이 '매일' 단결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달려있다는 것이다.
14개 브랜드 스텔란티스의 복잡한 시기
시트로엥, 오펠, 닷지, 푸조 등 14개 브랜드를 거느린 스텔란티스는 복잡한 시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자동차 수요는 정체됐다. 중국 제조업체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도 업계의 기술 격변을 심화시키고 있다.
67세의 타바레스는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스텔란티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감소하며 이익이 곤두박질쳤다.
그의 리더십은 논란을 낳았다. 그는 생산 시설과 엔지니어링 운영을 모로코와 같은 저비용 국가로 이전했다. 이는 노동조합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심지어 이탈리아 정부의 분노까지 샀다.
계속된 감원과 재택근무 요구는 경영진의 이탈을 촉발했다. 일부 임원들은 유럽으로 진출하는 중국의 BYD로 떠나기도 했다. 비용 절감에 대한 그의 집착은 품질, 가격, 제품 범위에 실수를 가져왔다는 비판도 받았다.
지난 6월 취임한 안토니오 필로사 신임 CEO는 그룹을 안정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는 세계 자동차 환경을 재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여파를 다루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상원의원인 버니 모레노가 지프, 램, 닷지,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매각을 촉구했다. 그는 이 브랜드들이 미국 소유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바레스가 자신의 승계를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 평가한 필로사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일부 유럽 투자를 폐기했다. 대신 역사적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았던 미국에 1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노동조합들 사이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신임 CEO의 임원 임명은 대부분 전 피아트 크라이슬러 출신이다. 이들 중 다수는 필로사가 수년간 근무했던 라틴 아메리카 배경을 가지고 있다.
타바레스는 "내가 떠난 후, 내가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던 프랑스의 이익이 잘 방어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래 분할 시나리오까지 등장
스텔란티스는 유럽의 여러 현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이 공장들은 현재 생산 능력 이하로 운영되고 있다. 필로사 CEO는 이번 주 이탈리아 노동조합에 말하기도 했다. 배출 감소에 대한 보다 유연한 유럽연합 규칙이 있어야 현지 생산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바레스는 그룹의 미래에 대해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유럽 및 북미 사업의 분할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의 예측 중 하나는 충격적이다. "언젠가 중국 제조업체가 유럽 사업에 입찰하고, 미국이 북미 사업을 되찾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너럴 모터스(GM)가 그랬던 것처럼 자체 시장에 다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텔란티스의 거대한 제국은 지금 삼각 균형의 붕괴라는 시험대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