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왼쪽부터) 세바스티앙 오지에, 칼레 로반페라, 티에리 누빌, 오트 타낙 사진=WRC FIA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은 인간과 기계가 극한의 험로를 정복하는 스포츠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랠리카 뒤에는 드라이버들의 드라마틱한 성장 배경, 불굴의 의지, 그리고 팀워크에 얽힌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숨어 있다.
은퇴 번복을 고민하는 '현역 최강' 세바스티앙 오지에
WRC 역사상 세바스티앙 뢰브에 이어 가장 많은 성공을 거둔 세바스티앙 오지에는 경기를 보는 재미를 더하는 '변수의 아이콘'이다. 그는 이미 수차례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음에도 2022 시즌부터 출전 라운드를 줄이는 '파트타임 드라이버'로 전환하며 은퇴를 준비하는 듯했다. 그러나 파트타임 전환 이후에도 출전하는 랠리마다 포디움에 오르거나 우승을 차지하며, "아직도 현역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5년 시즌에도 일부 라운드만 출전했음에도 드라이버 순위 최상위권을 위협하고 있어, 그가 랠리 재팬 이후 9번째 챔피언 타이틀 도전을 위해 풀타임 복귀를 선언할지 여부가 큰 관심사이다.
레이싱 영재 교육을 받은 '랠리 신동' 칼레 로반페라
토요타의 젊은 에이스인 칼레 로반페라는 1990년대 WRC 드라이버였던 아버지 해리 로반페라의 피를 물려받은 '랠리 챔피언의 2세'다. 그의 특별한 이야기는 일반 면허도 따기 전인 만 8세 때부터 시작된다. 아버지는 그에게 집 주변의 서킷에서 드라이빙을 가르쳤고, 오토바이, 보트 등 다양한 탈것을 통해 극한의 상황 대처 능력을 길렀다. 만 11세에 이미 랠리 대회에 참가했던 그는 2022년에 역대 최연소 WRC 드라이버 챔피언에 등극하며 핀란드 랠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불굴의 의지와 승부사의 귀환, 티에리 누빌
벨기에 출신의 티에리 누빌은 2014년 현대자동차의 WRC 복귀부터 팀의 에이스로 활약해 온 상징적인 드라이버이다. 하지만 그의 커리어에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네 시즌 연속 종합 2위를 기록하며 '만년 2위'라는 꼬리표가 오랫동안 따라다녔다. 우승 문턱에서 반복된 불운과 실수로 "가장 불운한 천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누빌은 불굴의 의지와 현대차팀에 대한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마침내 2024년 시즌, 최종전이었던 랠리 재팬에서 개인 통산 첫 WRC 드라이버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며 오랜 숙원을 풀었다. 그의 우승은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드라이버즈 챔피언 기록이었다.
현대에 다시 돌아온 '에스토니아의 영웅' 오트 타낙
에스토니아 국적의 오트 타낙은 2019년 WRC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우승 제조기'다. 그는 현대팀에서 잠시 이적했다가 2024년 시즌 복귀하며 팬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타낙은 승부사 기질이 강한 드라이버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다시 현대에서 챔피언에 오르는 것". 하지만 완벽주의적인 성향 탓에 때때로 작은 문제에도 크게 동요하며 예상치 못한 리타이어를 겪기도 한다. 타낙과 누빌의 치열한 내부 경쟁은 랠리 재팬에서 현대팀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랠리의 숨은 영웅: 코드라이버의 헌신, 줄리앙 인그라시아
랠리 경기는 운전석의 드라이버 외에 조수석의 코드라이버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함께 8번의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달성한 줄리앙 인그라시아는 '역대 최고의 코드라이버'로 불린다. 랠리카의 굉음 속에서 방대한 분량의 '페이스 노트'를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읽어내는 그의 헌신과 완벽한 파트너십이 오지에의 성공을 가능케 했다. 랠리는 드라이버 개인의 영광뿐 아니라,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코드라이버와의 완벽한 팀워크로 완성되는 복합 모터스포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