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어코드는 오랫동안 ‘탄탄한 기본기’로 세단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왔다. 이번에 시승한 11세대 어코드 역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차량에 올라타 시동을 걸자마자 느껴지는 건, ‘완성도 높은 기본기’다.
플랫폼 강성을 높이고 서스펜션 세팅을 새롭게 다듬은 덕분에 차체 밸런스가 한층 단단한 느낌이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면서도 과도하게 출렁이지 않는, 조향감이 꽤 묵직한 데에서도 이유가 있을 듯하다. 안정적인 승차감이 돋보인다.
어코드에는 혼다가 강조하는 ‘사람 중심(Human Centered)’ 설계 철학이 오롯이 녹아 있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단연 승차감이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차체는 충격을 단단히 흡수하면서도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은 동급 중형 세단 시장에서 쉽게 찾기 어렵다.
뒷좌석 승차감도 말할 나위가 없다. 뒷자리 설계가 장시간 주행을 고려한 듯 부드럽고 편안하다. 전에 오딧세이를 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이를 태우거나 가족 단위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운전자라면 더욱 만족할 만하다.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도 어코드의 편안함은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고속 주행을 이어가면서 어코드의 또 다른 장점이 드러난다. 실내 정숙성은 동급 최상위권이다. 풍절음은 물론 노면 소음까지 효과적으로 억제해 운전자는 대화와 음악 감상에 집중할 수 있다. 창문을 열었다 다시 닫으면 “아, 이 정도로 조용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주행 안정성도 돋보인다. 전륜구동(FWD) 모델임에도 코너링 시 노면을 단단히 붙잡는 느낌이 강하다. 스티어링 응답성은 자연스럽고 민첩하며, 도심 주행에서는 가볍게, 고속에서는 묵직하게 반응해 주행 환경에 맞는 안정감을 제공한다.
시승차는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한 e:HEV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4.2kg·m의 시스템 합산 성능을 발휘하며, 혼다 특유의 e-CVT가 적용돼 주행 전환 과정이 매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