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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에너지 저장 시스템 사업 진출.. 테슬라 텃밭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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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에너지 저장 시스템 사업 진출.. 테슬라 텃밭 넘본다

테슬라 공동 창업자 JB 스트라우벨의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 손잡고 '전면전 예고'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7-18 09:49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의 배터리 벨트. 출처=레드우드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의 배터리 벨트. 출처=레드우드
제너럴 모터스(GM)가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뚫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테슬라 에너지 저장 사업 영역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17일(현지 시각) 클린테크니카가 보도했다. 그야말로 테슬라의 텃밭을 노리는 셈이다. 특히 테슬라의 공동 창업자인 JB 스트라우벨이 이끄는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와 손잡고 유틸리티 규모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장에 진출하며 테슬라와 전면전을 예고했다.

GM은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 협력하여 미국 내 유틸리티 규모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 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단순히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을 넘어,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야심이 엿보인다. 최근 미국 전기차 시장은 7500 달러(약 1000만 원)의 EV 세액 공제 만료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GM의 에너지 저장 사업 진출은 전기차 판매 부진을 상쇄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데이터센터 위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 구축


GM은 2019년부터 '얼티엄(Ultium)' EV 배터리 플랫폼을 홍보해왔으며,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법인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2027년 말까지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레드우드와 협력은 이러한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및 기타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빠르고 저렴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GM과 레드우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시스템에 사용될 배터리는 'Made in USA'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테슬라의 '메가팩(Megapack)' 브랜드(캘리포니아 및 네바다에서 제조)와 정면으로 경쟁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실상 테슬라에 대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커트 켈티 GM 배터리·추진 및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은 "그리드 규모 배터리 및 백업 전력 시장은 확대될 뿐만 아니라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JB 스트라우벨 레드우드 CEO 역시 "AI와 운송, 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급속한 전력화에 힘입어 전력 수요가 전례 없는 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명 다한 EV 배터리, 새로운 생명 얻다


이번 협력은 GM과 레드우드가 진행해 온 2차 수명(second life) EV 배터리 협력의 연장선에 있다. 이미 GM 배터리는 네바다주 레드우드 시설에 배치되어 AI 인프라 기업인 크루소(Crusoe)에 에너지 저장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이 12MW/63MWh 규모 저장 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큰 2차 수명 배터리 시스템이자 북미에서 가장 큰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폐기될 배터리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순간이다.

사용한 EV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폐기물 관리를 넘어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2023년까지 레드우드는 미국 에너지부의 20억 달러 조건부 대출 보증을 포함해 총 40억 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증거다.

레드우드는 사용된 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것을 넘어, 이를 활용해 새로운 배터리 부품을 제조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스트라우벨은 지난해 네바다 캠퍼스에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거대한 음극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재활용을 넘어 생산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이다. 그는 "음극은 배터리 셀 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현재 제조는 전적으로 북미 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국내 생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마크 로이스 제너럴 모터스(GM) 사장. 사진=GM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로이스 제너럴 모터스(GM) 사장. 사진=GM


테슬라 넘어서려는 GM의 야심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GM과 레드우드도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넘어 고정식 에너지 저장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는 사이 메가팩 판매가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GM 역시 이번 에너지 저장 사업 진출을 통해 전기차 시장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재정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M에게는 절실한 돌파구다.

GM은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다. 지난 7월 14일, 마크 로이스 GM 사장은 '테네시에서 미시간까지, GM은 배터리로 구동되는 미래를 건설하고 있다'는 글을 통해 회사의 얼티엄 셀즈 사업 현황을 설명했다.

로이스 사장은 "오하이오주 스프링힐과 워런에 있는 얼티엄 셀즈 공장을 통해 GM은 미국에서 가장 큰 OEM 배터리 셀 제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파우치 셀과 곧 출시될 LFP 배터리 및 LMR(리튬-망간-리치) 포뮬러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배터리 화학 물질을 생산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특히 "GM은 LMR 각형 배터리 셀을 상업적 규모로 생산하는 최초의 회사가 될 계획"이라며, 이러한 발전이 "EV 고객에게 주행 거리, 성능 및 경제성의 최상의 조합을 제공하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다.

로이스 사장은 "이 세 가지 배터리 화학 물질에 대한 우리의 전문 지식을 통해 저비용 LMR 및 LFP 셀 기술의 생산을 확대하여 풀 사이즈 전기 픽업과 쉐보레 볼트와 같은 저렴한 EV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며, GM이 앞으로 세액 공제 없이도 더 많은 EV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GM은 미국 내 EV 판매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임을 자랑해왔지만, 로이스 사장은 이제 "우리는 미래로 향하는 이 길에서 산업과 국가를 이끌 수 있는 다른 어떤 자동차 회사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주장하며 테슬라를 넘어서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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