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한때 유럽 신차 판매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시장을 지배했던 디젤 엔진의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2025년 들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 밀려 점유율 4위 자리마저 내주면서 디젤은 이제 유럽에서 주요 파워트레인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25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첫 10개월 동안 EU와 EFTA, 영국 지역을 포함한 유럽 전체 신차 판매에서 디젤차의 점유율은 8.0%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은 9.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디젤을 공식적으로 넘어섰다. 이로써 디젤은 가솔린차, 하이브리드(HEV), 순수 전기차(EV), 그리고 PHEV보다 낮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5위로 주저앉았다. 이는 디젤 엔진의 역사적인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결정적인 지표이다.
디젤 엔진의 쇠퇴는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 게이트' 스캔들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 사건은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고, 판매량은 회복하지 못했다. 이미 2017년에는 가솔린차에 판매량이 역전됐으며, 2021년에는 자체 충전 하이브리드(HEV)에, 2022년에는 순수 전기차(EV)에 차례로 시장 우위를 내줬다. 이러한 하향세 속에서 2025년 2분기 말 이미 PHEV가 디젤차의 인기를 앞질렀고, 연말까지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디젤이 포디움(Top 3)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디젤차의 급격한 판매 감소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EU의 더욱 엄격해진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제조사들은 디젤 엔진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거나, 아예 소형차 세그먼트에서 디젤 모델을 단종하는 선택을 했다. 과거 대중적이었던 폭스바겐 폴로나 르노 클리오의 디젤 모델은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또한, 각국 정부가 전동화 차량에 제공하는 상당한 수준의 인센티브와 낮은 세율은 소비자들을 하이브리드나 순수 전기차로 유인하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했다. 여기에 가솔린 엔진 자체의 효율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디젤 엔진과의 연비 격차가 줄어든 점도 디젤의 매력을 감소시키는 데 일조했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2025년 첫 10개월 동안 HEV는 신차 등록의 34.7%를 차지하며 편안하게 1위 자리를 지켰다. 가솔린차(26.9%)와 순수 전기차(18.3%)가 그 뒤를 따르고 있으며, 유럽 시장은 이미 전동화 모델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이다.
향후 순수 전기차는 저렴한 중국산 모델의 유입과 르노 트윙고, 폭스바겐 ID. 폴로와 같은 레거시 제조사의 새로운 엔트리급 모델 출시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