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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대형 SUV의 새 기준 팰리세이드 HEV, 조용한 힘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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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육기자의 으랏차차] 대형 SUV의 새 기준 팰리세이드 HEV, 조용한 힘을 품다

전기화 시대, ‘정숙·효율·고급감’ 3박자를 갖춘 패밀리 플래그십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1-23 22:26

현대 팰리세이드 HEV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팰리세이드 HEV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국내 대형 SUV 시장의 절대강자 팰리세이드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었다. 언젠가부터 ‘전동화의 마지막 퍼즐’이라 불릴 만큼, 소비자들이 가장 오래 기다려온 조합이기도 하다. 시승차는 팰리세이드 2.5 싱글 터보 HEV 7인승 모델이다. 서울 강남에서 남양주, 그리고 고속도로 구간을 포함한 약 120km 구간에서 시승해봤다. 목적은 단 하나. “대형 SUV와 하이브리드의 조합이 과연 현실적인가?”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기존 가솔린 모델과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모터만으로 차를 깨우는 EV 크리핑 감각은 의외로 묵직하고 자신감 있다. 대형 SUV지만 출발은 ‘전기차 같은 느낌’에 가깝다. 강남 도심의 저속 구간에서는 엔진이 좀처럼 개입하지 않는다. 배터리 용량을 키웠을까? 힘은 넘친다. 시내 주행의 절반 정도는 EV 모드로만 움직였다. 정숙성은 역대 팰리세이드 중 최고다. 간혹 충전을 위한 엔진음이 조금 거슬리지만, 괜찮다. 창을 닫고 달리면 하부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까지 차단해 준다. ‘고급 대형 SUV’의 이미지를 정확히 만들어낸다는 느낌이다.

이번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최고출력 262마력, 합산 출력은 334마력이나 된다. 최대토크는 36kg·m를 발휘한다. 이정도 덩치를 끌고 밀고 당기는 데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다만, 실제 감각은 좀 다르다. 초반 가속은 모터 토크가 이끌어내고, 중고속 구간에서 엔진이 자연스럽게 개입하며 80~110km/h 구간에서는 하이브리드가 가장 안정적인 전환을 시도한다. 바뀌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무엇보다 ‘힘 부족’이라는 단어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패밀리 SUV의 대부분이 차지하는 속도 영역에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만족스러운 여유와 평온함을 보여준다. 고속 합류에서도 변속기와 모터의 조합이 자연스러워 묵직한 힘의 이미지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재현해낸다.

현대 팰리세이드 HEV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팰리세이드 HEV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시승 코스 전체 평균 연비는 약 13km/L 정도가 나왔다. 공인연비로도 12.7~14.1km/L를 기록한다. 예전 가솔린 모델이 평균 7~8km/L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두 배 가까운 효율’이다. 도심에서는 15km/L 이상도 어렵지 않을 거 같았다.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정확히 살리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 정도 연비라면, 팰리세이드가 가진 덩치와 가족 중심 이동성, 그리고 장거리 여행 특성까지 고려할 때 탑픽 파워트레인이 될 가능성이 높을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기존 모델 대비 서스펜션 세팅을 한 단계 더 부드럽게 가져간 느낌이다. 충격은 두 단계로 나눠 흡수하고, 감쇄력의 피크가 부드럽게 다듬어져 가족 탑승자 모두에게 안정감을 준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하부 구조를 일부 변경한 영향인지, 노면 진동 차단력이 기존보다 명확히 좋아졌다. 모터 주행 특성을 고려해 바닥 차음재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에서 풍절음 유입은 최소화돼 있다. 시승 중 100km/h까지는 “귀에 닿는 바람 소리”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정숙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실내는 기본적으로 가솔린 모델과 유사하지만, 새로운 하이브리드 전용 클러스터 UI, 에코 주행 시 배터리 흐름을 시각화한 그래픽, EV 모드 표시 영역 등이 추가되며 전동화 차량 특유의 디테일이 더해져 있다. 편의사양 역시 팰리세이드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간다. 특히 2열 독립 시트는 여전히 동급에서 가장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고, 3열도 성인 탑승이 가능할 정도로 실용적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무척 좋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대형 SUV라는 생김새에 정숙함, 부드러움, 고급감, 효율을 더한 모델이라는 생각이다. 더불어 합리성과 고급감을 동시에 잡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처음엔 어색한 디자인에서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제서야 감히 생각해본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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