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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열전]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혼다와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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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브랜드 열전]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혼다와 토요타

두 거인의 창업 철학부터 미래 모빌리티 전략까지
'기술의 혼다' vs '품질의 토요타'... 모노즈쿠리 정신,
하이브리드부터 전동화 전략까지 명과 암 조명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1-09 03:31

혼다 0시리즈 SUV 사진=혼다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0시리즈 SUV 사진=혼다
혼다와 토요타는 일본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양대 브랜드다. 이 두 기업은 창업자들의 서로 다른 경영 철학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공통적으로 장인정신(모노즈쿠리)을 기업 문화로 내세우고 있다. 본 기사는 창업 배경과 브랜드 철학부터 주력 모델과 기술, 글로벌 시장 전략, 전동화·자율주행 대응까지 두 회사의 특징을 깊이 있게 살피고, 그 차별점과 공통점을 함께 조명해 본다.

창업 배경과 브랜드 철학
혼다의 창업자 소이치로 혼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유명하다. 그는 오토바이 엔진 기술 개발을 위해 1948년 혼다기술연구소를 설립했고, 이후 내연기관부터 각종 모터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독자 기술로 급성장했다. 혼다의 경영 철학은 이른바 ‘혼다이즘’으로 불리며, 자체 기술 개발을 철저히 고집하는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반면 토요타는 1937년 도요다 기이치로가 자동차 사업을 위해 창립한 회사다. 도요타 창업자 기이치로는 초기부터 품질 개선과 생산 공정혁신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이는 이후 토요타 생산방식의 기초가 됐다. 서로 다른 경영 방식 속에서도 두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장인정신이다. 실제로 혼다는 자사 비전에서 장인정신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으며, 도요타 역시 ‘품질 제일’을 명문화하여 작은 결함도 용납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두 창업자는 각각 기술과 품질을 강조하면서도, 공통의 장인정신으로 일본 자동차 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이끌어 왔다.

토요타 센추리 사진=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센추리 사진=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주력 모델과 기술력의 차이점

혼다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CR-V 하이브리드는 2모터 i-MMD 시스템을 적용해 우수한 연비와 동력성능을 겸비했다. 혼다는 과거 1972년 저공해 CVCC 엔진을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미국 배기가스 규제를 통과하는 등 혁신적인 엔진 기술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혼다의 중형 세단 어코드와 SUV CR-V 등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판매를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2.0ℓ 직분사 DOHC i-VTEC 엔진과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i-MMD)이 고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이에 비해 토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를 선보인 이후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너지 드라이브(HSD)를 발전시켜 왔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는 직렬·병렬 혼합방식(Series-Parallel)을 바탕으로 엔진과 모터를 효율적으로 분담 운용하는데, 특히 고연비·고품질의 성능을 중시한다. 두 회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접근법은 차이가 있다. 토요타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반면, 혼다는 직렬/병렬 전환 방식을 통해 EV 특성을 강조하며 고출력·고효율을 동시에 추구한다. 결과적으로 혼다는 ‘기술의 혼다’라는 수식어답게 모터스포츠와 엔진 기술 경쟁력을, 토요타는 ‘품질의 아이콘’답게 하이브리드 연비와 내구성을 자랑한다.

혼다 프롤로그 사진=혼다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프롤로그 사진=혼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포지셔닝 및 경쟁 전략

토요타는 전 세계 판매 1위를 수성하는 초대형 기업이다. 2024년 토요타 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은 약 1082만 대로 5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혼다는 같은 기간 약 380만 대를 팔아 뒤를 이었는데, 토요타의 압도적 규모는 브랜드 가치에도 반영된다. 실제로 인터브랜드는 2025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브랜드로 토요타를 평가했다. 이처럼 토요타는 렉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혼다는 북미·아시아·인도를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소형차와 모터사이클 경쟁력을 무기로 입지를 다져 왔으며, 2024년 기준 전 세계 68개 생산 거점과 43개 연구소를 보유한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두 회사는 북미 지역의 보호무역 강화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혼다는 2025년부터 자사 북미 생산 하이브리드차량의 배터리를 토요타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공급받기로 했으며, 토요타는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확대하여 혼다에까지 생산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공급망을 함께 재편하며, 두 회사는 관세 압박 속에서도 안정적인 글로벌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토요타 GR 코롤라 사진=토요타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GR 코롤라 사진=토요타

최근 전동화 및 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장에 대한 대응
두 브랜드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대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혼다는 최근 과감히 전략을 수정하여 순수 전기차(EV) 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하이브리드(HV) 확대에 주력한다. 당초 2030년까지 EV에 10조 엔을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7조 엔으로 줄이고 북미 EV 전용 공장 착공도 연기했다. 대신 혼다는 2024년 미국 시장에서 30만8000대(22%)의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했고, 2030년까지 이를 130만대 수준으로 늘릴 목표를 세웠다.

반면, 토요타는 전동화에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채택하여 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를 병행 개발한다. 실제로 토요타는 미국 남부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하이브리드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으며, 2030년까지 북미 전동차 비중을 40%에서 8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두 회사 모두 보수적 접근을 보인다.

혼다는 이미 2022년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눈을 떼도 되는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한 ‘레전드’를 출시했다. 토요타는 완전 자율주행(L4/L5)보다는 인간 운전 보조(HID, 레벨2·3)에 초점을 맞추며, 운전자의 특성을 학습하는 AI 기반 보조 기능을 강조한다. 이처럼 혼다는 시장 상황에 맞춰 HV를 중심으로 전동화 전략을 재편한 반면, 토요타는 다각화된 전동화와 인간 중심 자율주행 개발로 미래 차량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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