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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조용한 전기 질주, 묵직한 품격의 달리기, 볼보 S90 리차지 T8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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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육기자의 으랏차차] 조용한 전기 질주, 묵직한 품격의 달리기, 볼보 S90 리차지 T8 AWD

전기차의 고요함과 하이브리드의 힘, 모두 품은 스웨디시 세단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0-30 09:05

볼보 S90 T8 AWD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S90 T8 AWD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도심과 고속도로, 그리고 굽이진 와인딩 로드를 넘나들며 볼보 S90 리차지 T8 AWD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디자인부터 주행까지, 이 차는 전기 모드의 정숙함과 하이브리드 모드의 역동성을 한데 아우르며 사장님 차라 불리는 대형 세단의 품격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었다. 강화된 배터리로 확장된 전기 주행 가능 거리와 높아진 출력, 업그레이드된 실내 고급감까지 과연 플래그십 세단다운 완성도를 보여주는 거 같았다.

와인딩 로드 위에서 포착된 볼보 S90 리차지 T8 AWD의 당당한 자태. 볼보만의 간결한 선과 새로워진 아이언 마크 그릴이 조화를 이루어 우아하면서도 현대적인 인상을 준다. 2025년형 S90 리차지는 겉모습에서 미묘하지만 세련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볼보가 이전 모델의 완성도에 큰 불만이 없었는지 디자인 변경은 크지 않지만, 전면 그릴에는 신형 엠블럼과 대각선 크롬 바가 적용되어 한층 단정한 인상을 준다.

볼보 S90 T8 AWD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S90 T8 AWD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스칸디나비아 감성이 녹아든 S90 리차지의 실내는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센터페시아와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북유럽 거실에 온 듯한 안락함이 느껴진다. 볼보 특유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대시보드는 심플하게 정리됐고, 물리적 버튼은 극도로 줄였다. 대신 중앙의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으로 모든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어한다.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2열 공간과 편의성도 뛰어나다. 참고로 S90은 국내에 롱휠베이스(Long Wheelbase) 모델만 판매되는데, 차체 크기가 제네시스 G80보다 크고 G90보다는 약간 작은 수준으로 뒷좌석 공간 확보에 유리하다. 실제로 휠베이스 3060mm에서 나오는 여유로움 덕분에, 키 큰 성인이 앞좌석을 편히 맞춘 뒤 뒷자리에 앉아도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이상 남을 정도의 넓은 레그룸을 제공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묘미는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S90 리차지는 이전보다 커진 배터리를 탑재하여, 완전히 충전하면 엔진 개입 없이 약 60km가량을 순수 전기 동력으로 주행할 수 있다. 출퇴근 같은 도심 일상 주행의 대부분을 무공해 전기차 모드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된 것이다. 실제로 도심 구간에서 Pure 모드(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해 보니,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도 엔진이 켜지지 않아 차 안은 놀라울 만큼 고요했다. 신호대기 중에도 진동 하나 없이 정숙함을 유지하고, 가속 페달을 밟아도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차가 나아간다. 엔진음이 없으니 실내엔 오로지 얕은 노면 소음과 바람 소리만 스칠 뿐,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이 대형 세단과 만나니 마치 거대한 럭셔리 EV를 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저속 주행에서의 부드러운 응답성과 회생제동의 이질감 없는 세팅은 운전자에게 스트레스 없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배터리가 충분하거나 하이브리드 모드로 놓고 달리면, S90 리차지는 전기모터와 엔진의 힘을 합쳐 특유의 여유로운 파워를 선보인다.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혼자서도 317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데, 여기에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합산 출력은 무려 455마력에 달한다.
가속 페달을 조금 깊게 밟으면 묵직한 차체가 뒤꿈치로부터 힘 있게 밀려나가는 듯한 가속감을 체험할 수 있는데, 거대한 세단이 순식간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8초 만에 도달할 정도로 가속 성능이 뛰어나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빠르게 가속할 때조차도 차 안은 담담할 정도로 조용하고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예전 모델들보다 상당 수준 개선된 상태로 느껴진다.

시승한 T8 AWD 모델의 경우 개별소비세 혜택 등을 적용한 실구매 가격이 약 914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차량의 급을 고려하면 1억 원을 넘지 않는 가격대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실제로 비슷한 체급의 독일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들과 비교해보면,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 등은 시작가부터 1억 원에 육박하거나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S90 리차지는 몇 천만 원은 저렴하면서도 동등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이 차에는 동급 경쟁 모델에서 옵션으로도 보기 힘든 후륜 에어서스펜션이 기본 장착되어 있고, 19개 스피커로 구성된 바워스&윌킨스(B&W)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등 최고급 사양들이 아낌없이 들어간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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