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2035년 내연기관차(ICE, 휘발유·경유차) 판매 금지 계획이 유럽 자동차 업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며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8일(현지 시각) 파이낸셜 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ACEA)는 EU 집행위원회에 공식 문서를 보내 사실상의 금지 조치가 "너무 엄격하다"고 비판하며, 이는 "낡은 가정과 낙관적인 예측"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ACEA는 제조업체에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하는 조치를 촉구했으나, 환경 활동가들은 이 제안이 유럽의 전기 자동차(EV) 판매를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경고하며 즉각 반발했다.
이러한 업계의 요구는 단순히 환경 규제에 대한 불만을 넘어, 예상보다 더딘 EV 전환 속도와 중국발(發) 경쟁의 쓰나미가 겹치면서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그룹 등 유럽 주요 제조사들의 '생존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업계, '2035년 목표'와 '현실'의 괴리 반발
ACEA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유럽의 주요 제조사들은 2035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규제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전기차 보급 속도 부진하다고 강하게 밝혔다. ACEA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금지 목표를 맞추려면 2024년 신차 판매 중 배터리 전기차(BEV) 비중이 25%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실제 BEV 판매 비중은 16% 안팎에 불과해 목표치 대비 약 9%포인트의 심각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S&P Global 데이터 역시 2035년 유럽 신차 판매 중 전기차가 차지할 비중을 63%로 예측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업계가 100% 무공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막대한 생산 및 판매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ACEA는 현행 금지 조치가 '전기차만 팔아야 한다'는 "매우 엄격한 1차원 경로"만을 강요한다고 비판한다.
가장 큰 문제로 중국발 '저가 EV 경쟁' 심화와 유럽 산업 위축을 꼽았다. 유럽 제조업체들은 BYD나 샤오펑(Xpeng) 등 중국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유럽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는 상황을 가장 큰 위협으로 느낀다.
이미 많은 유럽 제조사들은 값싼 중국 제품과의 경쟁으로 인해 수만 개의 일자리를 감축했으며, EV 전환을 서두를수록 중국 제조사들과의 기술 및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무리한 'EV 올인'은 유럽 자동차 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