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랜드로버(JLR)의 생산 라인이 한 달 가까이 멈춰 섰다. 지난 8월 말부터 시작된 사이버 공격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회사는 생산 중단 시점을 또다시 연장했다. 23일(현지 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JLR은 이르면 오는 10월 1일까지 공장 가동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JLR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직원과 협력업체에 다음 주 일정을 명확히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영국 국립 사이버 보안 센터(NCSC)와 법 집행 기관,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밤낮으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하고 보안이 유지되는 방식으로 운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사이버 공격으로 JLR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미 한 달 가까이 생산이 중단되면서 문제는 JLR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부품을 납품하는 수많은 협력업체들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공급업체들은 JLR의 생산 중단으로 인해 재정적 타격을 입고 있으며, 일부는 지원 없이는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JLR의 공급업체 중에는 슬로바키아에 있는 독일의 에버스페허와 홀렌 같은 회사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그들은 JLR의 공장 가동 중단 여파를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JLR은 이전에 이번 해킹으로 인해 일부 데이터가 손상됐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영국 정부까지 나섰다. 피터 카일 상무장관과 크리스 맥도날드 산업부 장관은 직접 JLR을 방문해 협력업체 대표들과 직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두 가지다. JLR이 가능한 한 빨리 생산을 재개하도록 돕는 것과, 공급망 전체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 회계 컨설팅 회사의 관계자는 "이것은 비난 게임이 아니다. 그저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이다."라며 공급업체들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버밍엄 대학의 한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JLR의 생산 중단으로 이미 약 1억 2000만 파운드(약 2000억 원)의 이익과 17억 파운드(약 2조 80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JLR은 올해 IT 침해를 겪은 유일한 영국 기업이 아니다. 막스 앤 스펜서와 다른 여러 소매업체들도 사이버 공격의 영향을 받았다.
JLR의 이번 위기는 현대 자동차 산업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고 외부 협력업체에 의존하는 복잡한 시스템은 해커들에게 쉬운 진입로를 제공한다. 소비자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까지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