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한다. 이는 차량 설계부터 폐차까지, 자동차의 전체 생애 주기를 포괄하는 강력한 순환경제 정책이다. 새로운 규칙은 환경 영향을 줄이고, 유럽 자동차 재활용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법안 초안은 9일(현지 시각) 유럽의회(MEP)에서 431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군용 차량, 소방차, 구급차 등 특수 목적 차량과 역사적 가치가 있는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다.
제조업체가 폐차 수거와 처리 비용까지 책임
눈길을 끄는 규제는 '수명이 다한 차량의 처리'에 대한 부담이다. 새로운 규정은 제조업체가 폐차 수거와 처리 비용까지 책임지도록 한다. 이는 자동차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제조업체의 역할을 강화하고, 환경 오염을 줄이려는 강력한 조치다.
이 규정은 발효 후 3년 뒤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폐차는 주로 소유자나 재활용 업체의 몫이었지만, 이제 제조업체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는 자동차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불법 폐차 수출'도 막는다
새로운 규정은 중고차와 폐차를 더 명확히 구분하는 규칙도 담고 있다. 폐차로 분류된 차량은 아예 수출이 금지된다. 이는 불법 폐차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지금까지는 상태가 좋지 않은 차량들이 중고차로 위장해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차량들은 현지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됐다. 이번 규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전 세계적인 환경 보호 노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폐차 책임' 제조업체로.. 유럽의회, 자동차 산업 강력 규제 도입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의회는 6년 이내에 신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최소 20% 사용을 의무화했다.
설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한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생산되는 모든 신차는 재활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부품과 구성 요소를 쉽게 분해하고 재사용,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인 재활용 목표도 제시됐다. 규칙이 발효된 후 6년 이내에 신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최소 20% 포함해야 한다. 또한 10년 이내에는 이 목표를 최소 25%로 높이기를 원한다. 유럽의회는 재활용 철강, 알루미늄 등 다른 소재에도 비슷한 목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부담'과 '환경 보호' 사이의 균형
이번 법안을 공동 보고한 환경위원회의 옌스 기지케와 내부 시장 위원회의 파울리우스 사우다르가스는 "우리는 자원 보안을 발전시키고 환경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현실적인 목표를 확보하고 관료주의를 줄이며 공정한 경쟁을 보장했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7월 제안한 이번 규정은 유럽 그린 딜과 순환경제 행동 계획의 일환이다. 현재 EU 도로에는 2억 8560만 대의 자동차가 운행 중이며, 매년 약 650만 대가 수명을 다한다. 유럽의회의 이번 결정은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